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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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소년 게임중독’ 박수 치는 문화부와 여성가족부

정부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인터넷 게임을 금지하는 ‘셧다운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부모가 요청하면 심야에도 청소년 게임을 허용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그제 밝혔다. 내년 5월 시행하기로 한 ‘모바일 셧다운제’도 추진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규제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니 게임중독에 신음하는 청소년을 또 희생양으로 삼아 게임업체의 호주머니를 불려주겠다는 말인가. 청소년 보호에 앞장서야 할 여성가족부조차 박수를 치고 나선 꼴이니 제정신인지를 묻게 된다.

청소년의 게임중독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와 있다. 자식 둔 부모라면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중학생이 게임중독을 꾸짖는 엄마를 해치고, 게임 때문에 부모와 갈등을 빚다 투신한 학생도 있다. 게임에 정신 팔려 학업은 물론 건강을 잃는 청소년은 부지기수다. 지난해 만 0∼19세의 아동·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11.7%에 이른다. 성인 5.9%와 비교하면 배를 넘었다. 청소년만 따지면 10명 중 1.3명이 게임중독자다. 남학생은 그 비율이 훨씬 높다. 게임업체에 대해 부모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는 셧다운제 완화 방침을 “규제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많은 국민은 오히려 게임업계의 로비성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느냐고 의심한다. 그렇게 완화할 규제 거리를 찾지 못했는가. 게임산업은 중요한 산업 분야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 게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정부는 지금까지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잃는 기회비용을 따져보기나 했는가. 기껏 해야 중독률 조사나 했다. 그런 식으로 청소년의 미래를 만들고, 국가대계를 그리고 있는가.

여성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셧다운제의 효용성을 말했다. 취임 2개월도 안 돼 소신이 바뀐 이유를 국민은 납득하지 못한다. 새로 취임한 문화장관은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의 실태라도 제대로 보고 받았는가. 인터넷 게임 셧다운제를 불구로 만드는 정책은 당장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