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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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화천 여군 자살사건 당시 대대장 가혹행위 확인"

국방부.

육군은 17일 “지난 2010년 3월 27사단에서 근무하던 여군 심모(당시 25세) 중위가 자살한 사건을 재조사해 당시 대대장이었던 이모 소령을 16일부터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소령에게는 허위공문서 작성,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직권남용 가혹행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직무유기, 협박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육군은 지난 6월24일부터 육군본부 보통검찰부 주도로 심 중위 사망사건을 조사한 결과 이 소령이 심 중위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김 중위에 대한 순직 여부 재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족에게 수사결과를 통보하고 절차를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령은 심 중위가 병사와 교제한 사실을 보고받고 이를 과도하게 추궁했고, ‘특별관리’라는 명목으로 매일 오전과 오후에 1~2시간씩 대대장실에서 문을 닫고 면담했다.

또한 일과 후 위치보고 등을 이유로 수시로 문자나 전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육군 관계자는 “면담 과정에서 성추행 여부 등은 확인된바 없으며, 이 소령은 심 중위가 병사와 교제한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이 소령이 병사와 교제한 사실을 보고받고 성관계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소령은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당시 조사에서 이같은 행위가 밝혀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때는 남자친구와 결별을 한 사실에만 조사가 집중됐다”며 “이번 재조사에서는 부대 내 가혹행위가 사망에 더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사건 직후 발생한 천안함 폭침 등으로 잊혀졌던 이 사건은 지난 5월 심 중위의 어머니가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한편 가해자인 이 소령은 지난 4월 또 다른 여군 장교를 성희롱했다가 6월16일 보직해임당하고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 때문에 4년 전 군 당국의 부실한 조치가 제2, 제3의 피해자를 양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