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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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공자 띄우기'…"국가충성 사상 본받자"

문화혁명 때 박해받던 유교사상
공산당 통치 철학으로 재조명
중국대륙에서 유가(儒家)의 시조 공자(기원전 551∼479) 열풍이 불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화민족 부흥과 공산당 통치에 활용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공자 띄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과거 문학대혁명(1966∼1976년)시절 봉건주의 사상가로 타도의 대상이었던 공자가 시진핑 체제 들어 공산당의 스승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28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공자 탄생 2565주년(28일) 전날인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공자학원일’ 기념식에 보낸 축사에서 “공자학원은 세계평화와 국제협력을 위해 중국이 부단히 노력한다는 상징”이라며 “공자학원은 중국의 것일 뿐 아니라 세계의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어와 문화 교육기관인 공자학원의 세계 진출 10년을 맞아 올해 처음으로 ‘공자학원일’(27일)까지 제정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공자의 고향인 산둥(山東)성 취푸(曲埠)를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443(648)곳이던 전 세계 공자학원(공자교실)은 현재 465(713)곳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시 주석의 공자학원 등 공자 예찬은 중국 내정과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서는 공산당 집권 후 문화대혁명시기 마오쩌둥(毛澤東)의 전위대 홍위병들이 낡은 사상 타파를 외치며 공자 사당까지 파괴했다. 공산당 좌파 세력은 여전히 공자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인터넷 등 정보 개방화가 급속도로 전개되면서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등이 중국 젊은층에게 호소력을 잃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공산당 내부에서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인(仁)을 바탕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과 군주와 신하 간의 도리를 강조한 유교 사상은 공산당 통치철학으로 안성맞춤이라는 분석이다. 정치 분석가 장리판(章立凡)은 최근 홍콩 명보에 “통치자들은 공자가 말한 임금과 신하 간 윤리와 질서를 좋아한다”며 “임금을 당 지도자로 바꿔 자신의 본분을 지키라고 교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시카고대가 공자학원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5월 시카고대 교수 100명이 “공자학원이 중국 정부의 선전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학문적 자유를 짓밟고 있다”며 폐쇄를 청원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미국 대학 곳곳에서 공자학원 퇴출 요구가 커지고 있어 시카고대의 판단은 다른 대학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신동주 특파원 rang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