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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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다람쥐 "도토리 줍지 마세요"

도토리를 줍느라 산기슭을 서성대는 관악산 등산객들 모습.
서울 관악구가 해마다 가을철만 되면 관할 도시자연공원인 관악산에서 도토리를 주워가지 말라고 적극 계도하고 있으나 이는 일부 시민들의 의식 결여로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29일 관악구에 따르면 다람쥐·청설모 등 야생동물 먹이보호차원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인 8월말~9월초까지 ‘도토리를 줍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 100개를 제작, 관악산 입구와 주요 등산로에 내걸어 홍보와 단속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

관악산은 서울과 경기도에 걸쳐 있는 도시근교의 가장 큰 산으로 주말 등산객이 수만명에 달하며 산을 잘 타는 사람을 가리켜 일명 ‘관악산다람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직도 다람쥐와 청설모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관악산 등산로에 걸린 플래카드
관악산을 찾는 행락객이나 등산객들은 등산로 주변에서 나무 위를 옮겨다니거나 먹이를 찾아다니는 다람쥐와 청설모를 보고 즐거워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관할 구청인 관악구는 다람쥐와 청설모 보호차원에서 겨울식량감인 도토리를 따거나 줍지 못하도록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홍보와 계도활동을 동시에 펼치고 있으나 무분별한 등산객들의 ‘싹쓸이 줍기’로 야생동물의 겨울나기가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관악산 청설모
실제로 지난 27일 서울대입구에서 출발해 관악산 국기봉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하던 중 등산로를 벗어난 기슭에서 도토리를 줍는 등산객들이 눈에 많이 띄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등산객은 “도토리가 다람쥐와 청설모들의 겨울식량감인데 사람들이 다 가져다 먹으면 뭘 먹고 살겠느냐. 그래서 이런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자꾸 줄어들지나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풍부한 도토리 먹잇감으로 다람쥐와 청설모가 이리저리 많이 뛰노는 멋진 관악산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등산객은 “많은 등산객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도토리를 이산저산 뒤져가며 검은 봉지에 담아 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불쾌하다”면서 “그걸로 집에 가서 도토리묵 해 먹으면 맛이 더 나은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불평했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사람들이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간다 해도 워낙 산이 크고 방대해서 다람쥐와 청설모의 식량감으론 심각하게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면서도 “현장 단속하고 순찰 나가면 왜 줍지 말라고 하느냐며 오히려 화를 내고 싸움을 걸어 올 때가 많아 난감한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집중적인 단속 등 대책마련보다는 우리에게 소중한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려는 쪽으로 시민의식이 바뀌고 확산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욱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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