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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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토크] “日 헤이트스피치, 유럽 극우운동과 달라”

입력 : 2014-10-03 20:06:50
수정 : 2014-10-03 20: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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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특회원 상당수 고학력·정규직… ‘비주류 주도’ 기존 정설과 차이
“보통 시민의 참여가 더 무서워”
세계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언동)가 기존 통설이나 유럽 극우운동과도 전혀 다르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도쿠시마(德島)대학 총합과학부 히구치 나오토(45) 교수는 2일자 아사히신문 기고에서 “일본 헤이트 스피치의 경우 기존에 알려진 불만과 불안이 낳은 배외주의(쇼비니즘) 운동과는 다른 여러 새로운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히구치 교수에 따르면 2011년부터 1년 반에 거쳐 헤이트 스피치를 주도해온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 활동가 34명과 인터뷰한 결과 대졸 학력자(재학·중퇴자 포함)가 무려 24명에 달했다. 이들 중에는 명문인 교토대나 도쿄공업대 출신 엔지니어도 있었다. 고용 형태 면에서 정규직이 30명(비정규직 2명, 기타 2명)으로 보통 회사원과 접촉 빈도도 높았다. 화이트컬러(사무직)도 22명으로 블루컬러(6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주로 ‘고학력에 정규 회사원’이라는 이 같은 결과는 정치·사회적으로 주류가 되지 못하거나 경제적인 기반이 약한 이들이 주로 배외주의 운동에 참여한다는 기존 견해와는 다른 것이다.

히구치 교수는 또 재특회 활동가 대부분이 일상생활에서 외국인과 접점을 갖고 있지 않았다며 “(헤이트 스피치를) 재일 한국인의 실정을 거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운동”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이민 증가로 외국인과 마찰이 커져 배외주의 운동도 확산한다’는 서구 정설과도 다르다.

그는 아울러 재특회가 ‘하류 인생’을 사는 이방인을 주로 겨냥하는 유럽 극우운동과 달리 일본에서 오랫동안 생활하고 사회에서 지위를 확고히 한 ‘모범적인 소수자’인 ‘자이니치(在日)’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히구치 교수는 “헤이트 스피치를 병적인 사람들의 병적인 운동으로 보는 것은 본질을 잘못 보는 것”이라며 “의외로 보통의 시민이 보통의 경로를 거쳐 전국 각지에서 모이는, 나름의 논리를 갖춘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극우 시민운동의 새로움이자 무서움”이라고 우려했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