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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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산양 가족 2쌍 다시 자연품으로

생물다양성협약 총회 개막 맞춰
어미·새끼 4마리 오대산에 방사
6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국립공원 동대산 자락 해발 800m 지점. 검은색 차양으로 둘러쳐진 케이지(우리) 입구가 열리자 어미 산양 한 마리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뒤이어 또 다른 어미와 새끼 두 마리가 따라나왔다. 어미들은 익숙한 풍경이라는 듯 이내 오대산으로 몸을 날렸다. 새끼 두 마리도 한참을 두리번거리더니 어미들을 따라 산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6일 제12차 생물다양성 총회 기간에 맞춰 오대산국립공원에 방사한 멸종위기종Ⅰ급인 산양 4마리(어미 2마리, 새끼 2마리).
환경부 제공
멸종위기Ⅰ급인 산양 어미와 새끼 가족 2쌍이 방사됐다. 그중 한 마리는 지난해 설악산에서 새끼를 밴 채 먹이를 못 구해 탈진했다 구조된 어미 산양이다.

강원도를 중심으로 수만 마리에 달했던 산양은 인간의 사냥과 폭설로 인한 먹이 부족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1964∼1965년에는 6000여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현재는 전국에 800여마리, 오대산에는 26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산양은 인위적인 복원 노력이 없을 경우 20년 이후에는 지역적으로 멸종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대산 산양 첫 방사는 지구촌 생물올림픽인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본회의 개막에 맞춰 이뤄졌다. 이날 오후에 발표된 생물다양성협약의 공식 보고서인 ‘지구생물다양성전망 보고서’에서도 전 세계 생물종의 멸종 위기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적인 남획으로 상어와 같은 포식자 어종의 절반 이상(52%)이 1970∼2000년 사라졌고 동남아시아 산호초는 95%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가축의 종류마저 줄어들어 8200종 가운데 6분의 1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인도, 파키스탄 등지에 수천만 마리가 있던 독수리는 1990년대부터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야생종 감소 사례로 꼽힐 만큼 빠르게 줄고 있다.

평창=윤지희 기자 phh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