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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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前수석 "北 3인방 방남은 AG가 주목적, 너무 들뜨면 안돼"

이명박 정부 당시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한 천영우 아산정책연구원 고문은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목적의 80%~90%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있는 것이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천 전 수석은 7일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긴급 전문가 대담에 참석해 "북한이 세 사람을 보낸 것에 대해 실세니 뭐니 하며 너무 의미를 부여하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그들은 대한민국에 온 게 아니라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라는 국제행사에 온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북한이 통치의 수단으로 스포츠를 얼마나 중시하는지에 대해 우리의 인식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한국의 대북정책을 흔들어보고,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부수적 목표"라고 했다.

천 수석은 우리 측이 먼저 북한 대표단에 청와대 예방을 제의한 것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너무 마음이 들떠 중심을 못 잡은 측면이 있다"며 "북한에게 우리가 '대화에 목 매달고 있으며 안절부절 못 한다'는 메시지를 준 셈이 됐다"고 꼬집었다.

천 수석은 "북측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신청하면 만나겠다'고 한 것을 공개한 것은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며 "망신스럽고, 나라의 존엄을 관리하는데 있어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북이 2차 고위급 접촉 개최에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도 조건이 맞으면 대화할 준비는 돼 있었을 것"이라고 본 뒤 "여기까지 와서 대화를 못한다면 옹졸해 보일까봐 우리 측의 요구에 맞춰 '크게 선물하고 갔다'고 생각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고위급 접촉에서 대단한 성과를 기대하면 안된다"며 "그것으로 남북관계의 큰 돌파구를 마련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과욕"이라고 했다.

여야 정치권에서 5ㆍ24 조치의 해제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천 수석은 "인기 영합 정책"이라며 "북이 우리가 요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면 유지해야 한다, 남북 대화를 위해 해제한다면 대북정책은 실종되고 시류에 따라 움직이는 게 된다"고 우려했다.

내년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여부와 관련해 선 "내년까지 정상회담을 안 하면 시간이 없다고 쫓기는 인상을 주면서 스스로 옵션을 제약하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목표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이 정상회담을 하는 것을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