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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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견제’ 본격 공조… 동북아 패권구도 파란

美·日 방위협력 전세계 확대
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굴기(우뚝 섬)에 대응하는 공조체제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8일 발표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안 중간보고서는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방침을 미·일 동맹에 반영하고 협력 범위도 지구적인 범위로 확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패권구도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미·일 양국은 우선 일본 정부의 집단 자위권 행사 방침을 미·일 동맹 안에 구체적으로 기술하겠다고 합의했다. 중간보고서는 ‘일본 안보방위의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명분 하에 ‘일본과 밀접한 관계의 나라가 공격받을 경우’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것임을 명문화했다. 이는 기존 미·일 동맹 수준을 전략적 방위 개념에서 한 단계 격상된 집단 자위권 행사까지 반영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일본 지원을 받아 아시아·태평양에서 ‘슈퍼 파워’ 지위를 유지하고, 일본도 미군에 편승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아울러 평시에서 유사시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일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정보 수집·감시·정찰, 훈련·연습, 장비·시설 사용, 후방지원, 장비방호, 대공·미사일 방어, 시설·구역 방호, 수색·구조, 해상 안보 등에서 협력하기로 적시했다.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협력 범위가 지구적으로 확대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양국은 이를 위한 명분으로 작금의 미·일 동맹 특성상 ‘글로벌한’ 성격이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한 평화 안정을 위한 협력항목에는 평화유지활동 및 해양안보, 경계감시 및 정찰, 후방 지원 등이 구체적 사례로 적시됐다. 이는 중국이 필리핀과 같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국과 충돌할 때 자위대가 출동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1997년 개정된 현행 가이드라인의 경우 한반도와 대만해협 등의 유사시를 염두에 둔 ‘주변사태’라는 표현을 담았기에 미군을 지원하기 위한 자위대의 활동 영역은 일본 및 일본 주변에 한정됐다.

아울러 중국의 활동이 활발한 우주·사이버 공간에서의 공동 대처도 새롭게 포함됐다. 미래안보 분야에서 사활적인 이해가 걸린 우주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중국 등 경쟁국을 견제하고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번 중간보고서는 집단 자위권 행사 방침에 따른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기술하지 않아 아베 내각의 ‘한정적 집단 자위권’을 어떻게 행사할지는 과제로 남게 됐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개입 가능성을 둘러싼 한국의 우려가 반영될지 여부도 최종안을 봐야 판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본 내 법제화 과정을 거치며 구체적인 협력 내용이 확정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야당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郞) 정무조사회장은 집단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아베 정권의 난폭한 방식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신당, 공산당, 사민당 등도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중국 반발 역시 변수다. 외교부의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미·일 동맹은 특정한 역사적 상황에서 형성된 쌍방 시스템으로, 쌍방의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되며 중국을 포함한 제3국의 이익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며 “일본과 미국의 방위협력지침 수정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경계감을 표시했다.

일각에서는 자위대법 개정 등 집단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일본 내 법제 정비가 지방선거 등으로 내년 상반기로 미뤄지면서 가이드라인 개정도 올해 말에서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