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모(33·여)씨는 두 달 전 회사에서 일하다 다리를 삐끗했다. 발목 부위가 심하게 부어 오르고 아파서 병원에 갔다 깜짝 놀랐다. 뼈가 부러져 있었다. 의사가 ‘젊은 사람이 이런 경우가 흔치 않으니 골밀도 검사를 해보자’고 권유했다. 검사 결과 김씨는 골소공증 진단을 받았다. 뼈에 구멍이 숭숭 뚫려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의 전 단계다. 병원에서는 김씨의 평소 식습관을 병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씨는 어려서부터 우유를 거의 먹지 않았다. 채소보다 육류 위주로 식사를 했다. 우유와 채소는 뼈 성장을 돕는 칼슘의 주요 공급원이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뼈가 속 빈 수수깡처럼 자란 것이다. 현재 김씨는 칼슘제를 처방 받아 복용하고 있다. 그는 “젊은 나이에 벌써 골다공증을 걱정하게 생겼다”며 “우유의 비릿한 맛이 비위에 맞지 않아 잘 마시지 않았는데 앞으론 챙겨 먹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유는 칼슘이나 비타민과 같은 미네랄 및 단백질이 풍부해 완전 식품으로 널리 섭취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일일 나트륨 섭취 기준 2000mg의 2배 이상을 섭취하고 있는 한국인의 경우 나트륨이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며 골다공증의 원인으로까지 확대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국가보다 우유 섭취를 습관화 해야 한다. 하지만 우유의 높은 지방 함량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 일반 우유 2~3잔, 하루 지방 섭취량의 반 이상 채워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비만율은 조사가 시작된 2008년 21.6% 이후 2012년 24.1%를 거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식습관 자체가 서구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유 한 컵을 마시더라도 고민은 늘어가고 있다.
실제 우유 속 지방은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비만이 있는 사람 외에도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한국영양학회에서 2010년 발표한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을 보면 저지방이 아닌 일반 우유를 마실 경우 유아나 성인할 것 없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지방량의 상당 부분을 일반 우유를 섭취함으로써 채우게 된다.
성인 여자의 경우 일반 우유 2~3컵을 마실 경우 하루 지방량의 절반 이상이 채워지게 된다. 유아(3~5세 기준)의 경우도 일반 우유 2~3컵을 마실 경우 하루 지방 필요량의 절반이 채워진다. 이를 저지방 우유로 바꿀 경우 성인과 유아 모두 하루 지방 필요량의 1/3 정도 지방을 섭취하게 되어 다른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다.
이렇듯 우유의 지방함량이 부담스러울 때는 지방을 줄인 저지방 우유가 답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유는 지방이 많은 순서로 ▲일반 우유 ▲저지방 우유 ▲무지방 우유 순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유 중 3% 이상의 유지방을 갖고 있는 것을 일반우유라고 부르며, 유지방 함량이 2.6% 이하인 우유를 저지방 우유라고 한다.
◆ 지방은 줄이고 영양은 그대로 유지…저지방우유로 건강 지키자
저지방 우유는 지방을 빼는 과정에서 좋은 영양소가 함께 빠져나갈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지방을 줄여 만든 저지방 우유라고 해서 영양소가 줄어들거나 파괴되는 것은 아니다. 저지방 우유는 유당만 제거하고 혈액순환에 좋은 오메가-3, 두뇌 건강에 좋은 리놀렌산(linolenic acid)을 비롯한 단백질·칼슘 등 건강에 좋은 영양소는 그대로 남아있다. 때문에 저지방 우유는 좋은 우유의 성분은 고스란히 갖고 있으면서도 지방을 줄여 체중조절은 물론, 콜레스테롤을 평소에 줄이는데 일조한다.
특히 일부 저지방 우유는 지방의 감소뿐 아니라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D를 강화해 뼈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제품들도 있다. 이런 제품의 경우 성장하는 어린이와 항상 다이어트를 하며 골다공증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 칼슘 섭취에 방해가 되는 나트륨 섭취가 많은 식생활을 하는 한국인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때문에 일반 우유에서 저지방 우유를 바꾸는 것은 단순히 비만과 가족력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하루 동안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 평생 건강을 위한 습관, 만 2세부터 우유 시작해야
그렇다면 저지방 우유는 언제부터 마셔야 할까.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AAP)에서도 저지방 우유를 마시는 시기를 만 2세부터로 정하고 있다. 만 2세 이전에는 양질의 지방과 칼슘·비타민 등을 적절히 공급하기 위해 하루에 2컵(500ml) 일반 생우유를 섭취하며, 만 2세 이후에는 비만과 콜레스테롤의 주요 원인이 되는 유제품을 저지방으로 바꿔 섭취할 것으로 권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임경숙 수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저지방 우유는 미국처럼 비만이 많은 나라에서 콜레스테롤 관리나 비만·체중 관리, 아토피 등 문제성 피부일 경우에 관리 차원에서 섭취한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한국의 식문화도 서구화되고 있으며 지방과 고열량 식품을 섭취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마시는 우유부터 지방을 줄이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저지방우유 비중,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아
이와 함께 우유와 같은 유제품을 많이 먹을수록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을지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해정 교수팀은 2007~2009년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7173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제품의 섭취량이 많을수록 비만 비율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한 달 1회 이하로 유제품을 섭취하는 그룹(1476명) 가운데 체질량지수(BMI)가 25이상인 비율은 33%였지만, 한 달에 1~3회 유제품 섭취 그룹(1226명)은 30%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 1~2회 유제품 섭취 그룹(1441명)은 27% ▲주 3~6회 그룹(1115명)은 31% ▲하루 1회 그룹(1669명)은 27% ▲하루 2회 이상 그룹(246명)은 23%로 나타나 유제품을 많이 먹을수록 비만 비율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해정 교수는 "서구에서는 이미 유제품이 비만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며 "우리나라 성인을 대상으로 유제품이 비만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증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유의 칼슘·비타민D·(생리활성)펩타이드 등이 비만 억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저지방 우유나 당분이 적은 요구르트를 선택해야만 비만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내 전체 우유시장 중 저지방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관련업계에 따르면 저지방 우유 비중은 국내 전체 우유시장의 19%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일본 우유시장 수준인 27% 선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캐나다 등의 선진국은 저지방우유 비중의 무려 7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