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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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솜, 대체불가 신비로운 매력의 소유자

'마담 뺑덕' 주연… 2014년 주목 받는 신예
2014년 충무로에 당찬 신예가 두각을 드러냈다. 배우 이솜(24)은 당찬 데다, 신비로운 매력까지 겸비한 영화계 보물로 성장 중이다.

‘마담 뺑덕’(감독 임필성)이 개봉하고 나서야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제작보고회나 시사회, 무대인사 때의 수줍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20대의 발랄함, 그리고 순수함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던 인터뷰였다.

고전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마담 뺑덕’에서 그는 주인공 ‘덕이’를 연기했다. 고전으로 따지자면 ‘뺑덕어멈’이지만, 영화에서는 20대 초반의 순수한 처녀에서 20대 후반 팜므파탈(악녀)를 오가는 스펙트럼이 꽤 넓은 배역이다.

실제 이솜은 극의 전반과 후반, 덕이의 드라마틱한 변신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전반부의 덕이가 봄을 닮았다면, 후반부의 세정(덕이의 가명)은 가을을 닮아있다. 외적인 변화 말고도 소녀에서 악녀로 변하는 감정선을 가져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일부러 어른인 척 하는 건 싫었어요. 학규(정우성 분)에게 표정이나 말투 등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죠. 총 60회차 정도 촬영했는데 인물끼리 붙는 신이 맡아서 거의 모든 신에 참여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첫 영화 주연이니까 비중도 많았고 처음 접해본 게 많아서 신기했어요. 극 전체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상당했어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크긴 했죠.”

◆ 배우가 배우를 알더라

심학규 역의 정우성은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20대의 청순함과 아직 30대가 안 됐음에도 성숙한 여성의 매력을 모두 가진 여배우”라고 극찬하기도.

이솜은 대선배 정우성에 대해 “역시 배우가 배우의 맘을 잘 알더라”며 노출·베드신 촬영 때도 기댈 수 있는 존재였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정우성씨는) 촬영장에서 제가 힘들어하면 옆에서 조용히 어깨를 토닥여주세요. 그런 게 진짜 힘이 되더라고요. 정말 내 마음을 잘 알아주시는 느낌? 서로 같은 감정을 연기하다 보니까, 그만큼 제가 힘든 걸 잘 알고 있다고 마치 눈빛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8년 후 복수의 칼날을 가는 장면 찍을 때는 선배님이 살짝 미워 보이더라고요.(웃음) 감정이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생각할 거리가 참 많은 영화였기에, 주연배우로서 느껴야 했을 혼란감이나 고민도 상당했을 터. 이솜은 “덕이는 그 누구보다 순수했다”며 자신이 분석한 캐릭터를 소개했다.

“뺑덕어멈이나 덕이는 ‘팜므파탈’이지만 전 ‘순수’에 초점을 맞췄어요. 참 순수했구나, 그리고 정말 사랑했구나. 복수도 정말 순수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사랑인지도 모르고 학규에게 빠져들었고, 그 결말은 참담했잖아요. 홀로 여관방에서 깼을 때, 만두를 혼자 꾸역꾸역 먹어대며 덕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런데 학규도 어쩌면 마찬가지 아니었을까요. 나중에 세정이가 덕이란 것을 알고 나서도, ‘그녀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날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하잖아요. 그 내레이션 들으면서 배우로서 뭉클했어요.”

◆ 한국의 레아 세이두를 꿈꾸며

첫 주연작에서 전라노출도 불사해가며 전에 없던 특별한 캐릭터를 완성시킨 그녀에게서 프랑스 출신 연기파 배우 레아 세이두 같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작 ‘푸른 소금’이나 ‘산타바바라’ 같은 작품에서 이솜은 자기만의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색깔과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레아 세이두요? 진짜 매력 있는 배우죠. 어떤 작품에서든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배우예요. 그녀의 매력이나 분위기는 타고난 것 같아요. 배우는 무엇보다 자기만의 색깔을 알고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도 레아 세이두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마담 뺑덕’ 시나리오를 보고 “재밌네”라며 딸의 결정을 지지해줬다는 이솜의 어머니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난 후 “고생했네, 우리 딸. 재밌었어. 덕이 불쌍하더라”라며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대신했다. 이솜은 “원래 말이 많은 모녀지간은 아니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 깡마른 소녀, 배우가 되다

이솜은 2008년 케이블 채널 Mnet 모델 선발 프로그램 ‘체크 잇 걸’에서 최종 우승하면서 연예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1) ‘푸른 소금’(2011) ‘사이코메트리’(2013) ‘하이힐’(2014) ‘산타바바라’(2014) 등 주로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차근차근 다져 나갔다.

“처음엔 모델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모델이나 배우나 모두 표현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욕심을 부렸죠. 워낙 영화를 좋아했고 관심도 많았어요. 중학교 때부터 제가 본 영화 티켓을 다 모아놓고 있을 정도로 광적이죠.(웃음) 스크린 안에 있는 배우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기회가 오면 열심히 오디션 보러 다녔어요. 배우로서 앞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요. 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도 좋고, 어리거나 성숙해도 상관없어요. 독특한 캐릭터도 욕심나고,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한 액션이나 엄청 웃긴 영화도 찍어보고 싶어요.”

정우성도 말했듯, 한국영화계에 좋은 여배우가 또 한 명 나온 것 같아 인터뷰 내내 기분이 좋았다. 다양한 매력이 공존하는 얼굴, 그녀만이 풍기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아우라는 누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예 이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신화사,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