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존문제라는 묵직한 주제의 작업으로 유명한 오원배(61·동국대 교수) 작가가 크레파스나 파스텔로 그린 듯한 밝고 산뜻한 색감의 프레스코화를 선보였다.
파르 몽마르뜨 언덕 아래로 보이는 지붕 풍경을 담은 ‘무제’ |
프레스코화의 원조는 석회동굴에 그린 동굴벽화다. 일반적으로 석회 반죽 위에 그림을 그린 르네상스 미술품이나 고분벽화 등을 프레스코화라고 부르지만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석회 반죽이 마르기 전에 그림을 완성하는 ‘부온 프레스코’(정통 프레스코·습식벽화)와 마른 후 그리는 ‘프레스코 세코’(건식벽화)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 천장의 ‘천지창조’는 정통 프레스코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나 고구려 고분벽화 등은 ‘프레스코 세코’다.
작업과정도 많은 노동력을 요구한다. 오원배 작가는 석회를 1년간 물에 담가 숙성시킨 후 모래를 섞어 반죽해 울퉁불퉁한 흡음판 위에 발라 그림판을 만든다.
회 반죽은 20시간 안에 마르기 때문에 그 안에 천연안료로 그림을 완성한다. 석회와 물, 공기의 화학적 반응효과로 안료가 완벽하게 벽면에 스며든다. 석회 벽면의 질감과 안료가 어우러져 우러나오는 발색은 다양한 깊은 맛으로 다가온다. ‘색의 질감’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색채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어 프레스코화에 매료됐다는 오원배 작가. 그는 “원래 미술은 노동에 기반한 것이었다”며 “생각과 몸이 하나 되어 나오는 옛 그림들이 주는 깊은 매력은 철두철미한 장인정신에서 나온 것으로, 프레스코화에 그런 맛이 있다”고 말했다. |
그는 초기 르네상스 화가들처럼 밑그림을 먼저 그린 뒤 이를 전사지(轉寫紙)에 옮기고 이를 다시 축축한 석고층 위에 대고 선을 그어낸다. 시간에 쫓겨 작업을 해야 하기에 다른 볼일은커녕 밥 먹으러 자리를 뜨지도 못하고 꼬박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
“긴박하고 엄격한 노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전의 프레스코화 작가들이 왜 요절했는지 이해가 갈 정도입니다.”
그는 파리 유학 시절 자취방 창문 너머로 본 다양한 형태의 지붕과 굴뚝을 프레스코화에 담았다. 어떻게 그려도 완벽한 구도의 그림이 돼주던 풍경이었다. 11월19일까지 아트사이드. (02)725-1020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