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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금융위원회는 금융혁신위원회 제3차 회의를 열고 ‘은행 혁신성 평가 및 행정지도 상시 관리시스템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회의 직후 이번 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전날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금융혁신위원회 제3차 회의 직후 ‘은행 혁신성 평가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김 국장은 “(기술금융 활성화가 제2의 모뉴엘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는 식으로) 기술금융과 모뉴엘을 연관 짓는 것은 다소 억지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관과 무역·보험·은행 등 관련 기관이 상호 점검해야 할 부분을 놓친 일이 모뉴엘 사태의 원인”이라며 “기술금융이 활성화돼 기업의 역량을 심층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면 모뉴엘과 같은 사태는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30일 금융권과 산업계에 따르면 일단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술금융 여신심사가 종전보다 엄격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기술력은 있으나 담보력이 약한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육성하자는 것이 기술금융의 취지인 점을 고려할 때 국책은행이 시중은행과 동일한 담보제공을 요구하는 게 과연 적절한 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술금융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모뉴엘 사태를 계기로 여신심사 기준이 강화돼 국책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이나 기술금융 지원마저 끊기면 중소기업은 정말로 돈을 구할 곳이 없다”면서 “선량한 피해를 입는 업체가 없도록 신중하게 검토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 역시 “시중은행에 비하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은 정책금융과 기술금융 명목으로 중소기업대출 자금을 따로 책정하고 있어 돈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대출해준 기업이 부실해지면 워크아웃이나 파산절차를 거쳐 채권을 회수하고 채권회수 부족분은 은행의 대손충당금에서 해결하면 될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STX, 동부그룹 같은 대기업의 경우에는 기업 구조조정이니 채권단 공동관리 같은 절차를 통해 은행들이 대출채권만 회수하면 된다는 식인 데 반해 수많은 중소기업 중 한 곳이 무너졌다고 제도 전체가 잘못이라는 비난은 ‘중소기업은 부실하다’는 인식을 깔고 있어 불공평하며 수긍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뉴엘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은 지난 2012년 말부터 대출을 거둬들이기 시작해 현재 피해가 없는 반면, 산업은행은 이 시점부터 1600억원 넘게 대출을 해줬다는 질타가 있었다”며 “시중은행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한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게 국책은행의 역할인 점을 감안하면 아주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조바심을 낸 점도 모뉴엘 사태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
지난달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조1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시중은행의 자율적인 기술신용대출도 5000억원 증가하는 등 기술금융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기술신용평가 기반 대출은 3187건에 1조8334억원 수준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체 기술신용대출도 지난 7월 486건에서 8월 1024건, 지난달에는 1677건을 기록하면서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연말까지 금융위 목표치인 7500건의 42.5%에 해당한다. 금융위는 연내에 당초 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실적주의에 매몰됐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기술금융의 안착은 실적주의가 아닌 제도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며 “모뉴엘 사태로 기술금융 전부를 상세히 다시 들여다볼 필요는 있겠으나, 이제 막 도입된 제도가 시작부터 제동이 걸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