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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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봉 등탑 철거 논란 확산, 정부 대안 마련 고심


크리스마스에 점등행사가 열려 북한을 자극했던 김포 해병 2사단 지역의 애기봉 등탑 철거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31일 “애기봉 등탑은 지난해 11월 군 안전진단에서 D급 판정(보수해서 쓸 수 있는 정도)을 받고 내년 3월 김포시가 철거할 예정이었지만 붕괴 위험 등 관광객의 안전을 고려해 사단장(김모 소장·현 해병대 부사령관)이 조기 철거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철거 작업은 15일부터 이틀간 공병 부대를 동원해 진행됐다.
 
등탑은 1971년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의 애기봉(해발 165m) 전망대에 지난 1971년 세워졌다. 북한지역과 불과 3km에 거리에 있어 등탑에 불을 밝히면 개성에서도 볼 수 있다.

북한은 이 등탑이 대북 선전시설이라면서 철거를 주장해 왔고 지난 2010년에는 포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애기봉 등탑 점화는 2004년 6월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선전 활동을 중지하고 선전 수단을 모두 제거키로 한 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이 발생하자 그해 12월21일 종교단체의 등탑 점등 행사를 다시 허용했다.

일각에서는 애기봉 등탑 철거가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등 최근 남북관계를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등탑의 철거 내용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해 경위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민구 국방장관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애기봉 등탑 철거 사실을 언론 보도 이후 알았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구조물이 넘어지면 일반 관광객의 안전을 해칠 수 있기에 철거했다”며 “남북관계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방부는 등탑의 철거로 대북 심리전의 상징이 없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등탑과 기존 전망대를 허물고 새로 짓는 전망대에 전광판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김포시의 사업계획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적극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시는 내년 3월부터 2017년까지 296억원의 예산을 들여 애기봉 주변 4만9500m²에 6·25전쟁 영상관, 기념품점, 식당 등을 갖춘 평화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