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이 2008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대망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넥센은 지난달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5전3승제) 4차전에서 선발 소사의 호투와 혼자 7타점을 쓸어 담은 김민성의 맹타를 앞세워 LG를 12-2로 대파하고 시리즈를 3승1패로 끝냈다. 통합 4연패를 노리는 삼성과 첫 우승을 노리는 넥센의 한국시리즈는 4일 오후 6시30분 대구에서 시작된다.
◆김민성 “PS 사나이라 불러주세요”
넥센의 간판 타자는 ‘200안타의 사나이’ 서건창, ‘홈런왕’ 박병호, 유격수 최초의 40홈런-100타점 강정호 등 MVP 후보 3인방이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3루수 김민성이 주인공이었다. 김민성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타점 신기록인 7타점을 올리며 팀을 한국시리즈 무대로 올려놨다.
김민성은 넥센이 1-0으로 앞선 1회 1사 만루서 희생플라이로 신기록의 시작을 알렸다. 4회 중전 안타로 감을 조율한 김민성은 2-2로 팽팽히 맞선 5회 2사 1,2루서 LG 선발 류제국의 145km짜리 몸쪽 직구를 힘차게 걷어 올려 좌중간 펜스를 넘기는 결승 3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5-2로 승부의 추가 넥센으로 기우는 순간. 김민성은 멈추지 않고 넥센이 9-2로 앞선 8회 무사 만루에서 중견수 키를 훌쩍 넘기는 큼지막한 2루타로 주자 모두를 불러들이며 LG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3차전서 선제 솔로포로 생애 첫 포스트시즌 홈런을 신고했던 강정호도 정규리그에서 13타수1안타로 철저히 눌렸던 ‘천적’ 우규민을 상대로 7회 5-2에서 7-2로 벌리는 쐐기 투런포로 앙갚음을 제대로 했다.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타율 0.533(15타수8안타) 2홈런 4타점, 5득점의 맹활약을 보인 강정호는 기자단 투표 59표 중 34표를 얻어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이날 경기의 최대 변수는 27일 1차전 등판 뒤 사흘만 쉬고 선발 등판하는 넥센의 선발 헨리 소사였다. 경기 전 염경엽 감독은 “소사가 3일 휴식 뒤 등판이 처음이긴 하지만 본인이 괜찮다더라. 잘 던지면 120개까지 던지게 할 생각”이라며 소사의 회복 능력에 신뢰를 보냈다.
소사의 피로 회복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불과 나흘 전 84개의 공을 던진 투수라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주무기인 직구의 최고 구속은 무려 159km. 여기에 걱정거리였던 제구력도 일품이었다. 1차전에선 4사구를 5개 허용했지만, 이날은 단 하나도 없었다. 소사는 넥센이 9-2로 앞선 7회 1사까지 91개의 공을 던지며 LG 타선을 6피안타 2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점수 차가 크지 않았다면 8회까지 소화 가능했을 정도로 소사의 호투는 기대 이상이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