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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정부 ‘유엔 5사무국’ 유치 방관만 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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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국 국제회의장에서는 본보와 경기도가 공동 주최한 ‘유엔과 한반도 평화 국제회의’ 세미나가 진행됐다. 군축 및 평화 문제를 다루는 유럽 내 전문가가 다수 참석한 세미나였고 한국 측에서는 김희겸 경기도 행정2부지사와 박태수 파주시 부시장이 연단에 올라 비무장지대(DMZ) 내 유엔 제5사무국 유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유엔 제5사무국’ 설치는 아직 생소한 이야기이고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먼 게 현실이다. 그래서 정부의 적극적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교관들은 ‘국제기구 유치는 전쟁’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국제기구 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고 성사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외교전쟁’의 한복판이랄 수 있는 곳에서 최석영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를 비롯해 책임 있는 당국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소극적인 우리 정부와 달리 중국 정부 관계자는 경기도와 파주시의 발표 내용을 챙겨본 뒤 유엔 제5사무국 유치가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를 확인하는 등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유럽 전문가는 “한국이 유엔 제5사무국을 유치하려면 중국과 태국, 카자흐스탄 등과 경쟁해야 할 텐데 이길 수 있겠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스위스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부터 설득해야 할 텐데 중국 정부 동의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모두 우리 정부의 외교적 역량과 직결되는 질문으로 외교부가 답해야 할 내용이다.

이번 세미나 개최는 지자체가 먼저 국제기구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세미나 종료 이후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유엔 사무국에서 이런 세미나를 우리가 준비하는 동안 외교부로부터 도움을 받은 게 하나도 없다”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다른 나라 눈치만 살피며 손 놓고 있다가 우리가 먼저 제의한 유엔 제5사무국 유치라는 새로운 메뉴를 다른 국가가 먼저 먹어버리면 ‘외교 실패’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민서 외교안보부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