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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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새하곡(塞下曲)

‘시성(詩聖)’ 두보가 살았던 시대는 난세였다. 당의 국력이 쇠퇴해 의적의 침입과 안녹산의 난을 비롯한 내란이 끊이지 않던 때이다. 두보는 전쟁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고달픈 삶 등 당대 현실에 대한 슬픔을 다룬 시를 많이 썼다.

‘병거행(兵車行)’을 보자. “수레는 덜커덩덜커덩 가고 말은 히힝 히힝 운다(車??馬蕭蕭)/ 행역 가는 사람들은 허리에 활과 화살 차고(行人弓箭各在腰)/ 아비와 어미, 아내와 자식들은 달려 전송하니(耶孃妻子走相送)/ … / 변방엔 피가 흘러 바다를 이루고(邊亭流血成海水)/ ….”

징집돼 나가는 군대의 행렬을 보고 전쟁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고뇌를 생각하며 그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평생을 전쟁에 나가 시달리는 남정네와 남편을 보내고 시달리는 아낙들의 구체적 삶을 역사적 안목을 가지고 상상하며 이해해야만 전란의 비참함, 그리고 약육강식의 세태에서 고통 받는 백성들의 심정을 알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군 생활은 팍팍하고 힘든 게 사실이다. 규율과 절제, 기강 잡힌 사기(士氣)를 생명시하는 집단의 성격상 그럴 수밖에 없다. 자칫 관심병사를 비롯한 나약한 병사는 적응치 못하고 여러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특히 근무강도가 센 전방지역에선 더욱 그렇다.

육군의 우수전투병(분·소대 전투병) 모집에 입영 대상자들의 지원이 폭주했다고 한다. 참으로 든든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우수전투병은 GP(전방소초)와 GOP(일반전초), 1·3야전군 예하의 해·강안부대에 근무하게 된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전방 근무가 왜 힘들지 않겠는가!

성당(盛唐) 때 문인 왕창령의 시 ‘변경의 노래(塞下曲)’는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 우리에게도 이렇게 애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말에게 물 먹이며 가을 강물을 건너니(飮馬渡秋水)/ 물은 차갑고 바람은 칼날 같네(水寒風似刀)/ … / 누런 먼지 예나 지금이나 가득히 일고(黃塵足今古)/ 하얀 뼈다귀 쑥대처럼 뒹굴어 다니네(白骨亂蓬蒿).”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塞下曲 : ‘변경의 노래’라는 뜻.

塞 변방 새, 下 아래 하, 曲 가락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