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브루크너 교향곡, 왜 어려울까
브루크너 교향곡은 한 번에 반하기 쉽지 않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음악감상 이력이 중급 정도 되지 않으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작곡가”라고 소개했다. 그의 교향곡이 언뜻 지루하게 들리는 이유는 “귀에 쏙 들어오는 선율이 없고, 단조로운 선율이 반복되기 때문”(황 평론가)이다. 이영진 음악평론가 역시 “브루크너 교향곡은 화려한 곡조 변화나 극적인 기복이 거의 없다”며 “게다가 같은 형태의 음형과 리듬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브루크너 |
브루크너 교향곡을 연주하기 까다로운 점도 관객이 친해지기 힘든 요인이다. 연주를 못하면 지루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황 평론가는 “말러는 까다롭고 복잡해도 연주자가 열정으로 밀어붙이면 통하는 면이 있다”며 “그러나 브루크너는 오케스트라가 단단하게 다져진 소리를 내고 기술적으로 탄탄하지 않으면 감동을 주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임헌정 예술감독. |
②험난한 입문 후 발견할 브루크너의 매력
첫 만남에서 큰 난관을 넘고 나면 브루크너의 매력에 빠져드는 음악팬들이 많다. 임 감독은 “관객은 물론 연주자들도 브루크너의 진가를 느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브루크너는 금방 친해질 수는 없지만 사귈 수록 더 정감이 가는 친구 같은 작품”이라며 “음악 속에서 서서히 변화해 나가는 역동적 에너지의 흐름을 느껴보라”고 조언했다. 이 평론가는 브루크너의 매력을 “거대한 성당의 겉과 안을 보는 듯한 장엄한 구조성과 오르간처럼 울려 퍼지는 웅장한 화음”으로 정리했다.
‘금방 사귀기 힘든 친구’와 친해지는 데 지름길은 없다. 전문가들은 “브루크너는 자주 듣는 수밖에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 평론가는 “음악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식으로 계속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아름답구나’ 하고 감동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 감독 역시 “자주 듣고 오래 음미하다 보면 새로운 음악 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황 평론가는 그나마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작품으로 교향곡 7, 8번을 꼽았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교향곡 7번을 시작으로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한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
입문하기에 어려워도 국내 악단들이 브루크너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 감독은 “음악가로서 브루크너는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작곡가”라고 설명했다. 코리안심포니 단원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성취감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는 “소비적·자극적인 것이 난무하는 시대에 마음을 정화하는 예술의 본질에 대해 알려주고 균형을 맞춰주고 싶었다”며 “화려한 음악에 빠져 있는 관객에게 브루크너의 진가를 알리고, 그가 표현해낸 숭고한 음악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황 평론가는 “요즘은 너무 쉽고 빠른 것을 추구하지만 브루크너나 클래식 대작들은 긴 시간을 두고 세상을 차분하고 끈기 있게 살펴볼 것을 요구하는 작품이 많다”며 “1시간 안팎의 교향곡을 듣는 동안, 바쁘게 허덕이는 인생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