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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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립된 현실 직시 계기 됐을 것”

美 디트라니 前대북특사 진단
“유엔 제3위원회가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현실에 빛을 비추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미국, 일본 등이 여전히 북한의 인권 문제와는 별개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다뤄나가는 게 가능하다고 봅니다.”

미국의 대북 협상 특사와 국가정보국(DNI) 산하 비확산센터소장을 지낸 조지프 디트라니(사진)는 18일(현지시간) 워싱턴타임스(이사장 양창식)가 한국 특파원을 초청해 개최한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디트라니 전 특사는 “북한이 이번에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직시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인권 결의안과 인권 보고서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북한 최고 지도부 인사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기소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것은 북한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의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이번 유엔의 결정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나 유엔의 결의 내용이 잘못됐다면 이것을 입증할 책임이 어디까지나 북한 당국에 있다”고 지적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북한 인권 문제가 ICC에 실제로 회부된다면 엄청난 진전이 이뤄지는 것이겠지만 이번에 국제사회가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 등이 북한 핵 문제와 인권 문제를 연계해서 대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북한과 관련한 현안 중에서 하나의 사안에서 진전이 안 됐다는 이유로 다른 사안의 대응을 미룰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원하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북한 인권 문제에서 진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정부가 2012년 2월 29일 북한과 소위 ‘윤달 합의’를 이끌어냈다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그 합의가 깨진 이래 북·미 간에 실질적인 대화와 협상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그 사이에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북한의 의도를 시험하는 ‘탐색 대화’를 시도해 볼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최고위 대표단을 보내고, 유엔총회에 리수용 외무상을 파견했으며 케네스 배 등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을 풀어준 일련의 움직임을 통해 새로운 국면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고 디트라니 전 특사가 설명했다. 그는 “탐색 대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 9·19 공동 성명 이행에 대한 입장 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현재 민간 기관인 ‘정보와 국가안보연맹’(INSA) 회장을 맡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