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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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서 남성은 시·청력 저하…여성은 현기증 느껴

美 NASA 등 남녀 우주인 534명 변화 분석
황폐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4명의 남녀 우주인이 우주선에 몸을 싣는다. 우주정거장을 향해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동안, 여성 우주인 아멜리아는 차분한 표정인 반면 남성인 로밀리는 초반부터 멀미약을 찾는다. 화제의 공상과학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이다.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는 여성 우주인이 우주선이 출발할 때 멀미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의 화성 거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미국국립우주생물의학연구소(NSBRI)와 공동 연구를 통해 우주환경이 남녀 우주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했다고 19일(현지시간) ABC방송이 보도했다.

연구팀은 지난 수십년간 축적된 우주인 534명(남성 477명, 여성 57명)의 건강 정보를 심혈관계, 면역체계, 감각운동계, 근골격계, 생식체계, 행동반응 등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남녀의 건강상태에는 현저한 차이가 나타났다.

우주공간에서 남성 우주인의 경우 시력과 청력 손상이 여성보다 흔하게 나타났다. 남성 우주인의 82%는 머릿속 압력 증가(두개내압 상승)로 시각장애 증상을 호소했다.

반면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62%가 시력약화 증상을 겪었고 이마저도 남성만큼 심각하지는 않았다. 청력은 나이가 많은 남성 우주인일수록 손상이 심했으며 특히 왼쪽 귀의 문제가 더 심각한 경향을 보였다.

반면 여성 우주인은 현기증과 멀미에 남성보다 약했다. 현기증이 심해 오래 서있지 못하는 기립조절장애가 여성 우주인에게 흔하게 나타났다. 다수의 여성 우주인이 지구로 귀환한 직후 현기증에 기절하기도 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심각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고, 이에 따라 심장 박동수가 증가해 혈중 혈장량 손실이 더 많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멀미 증상은 남녀 모두에게 흔히 나타났지만 시기가 달랐다. 여성은 우주선이 출발할 때와 우주정거장에 들어설 때, 남성은 주로 지구로 돌아올 때 메스꺼운 느낌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뼈 손실과 근육량 감소 등은 남녀 우주인 모두에게 공통으로 나타났다.

나사와 NSBRI는 이번 연구가 향후 우주여행, 화성 거주 등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베테 시글 박사는 “인간이 우주에서 장시간을 보내려면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우주공간에서 나타나는 남녀의 신체 증상 차이를 아는 것은 맞춤형 약품을 개발하고 우주에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