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방 예산은 “일단 문지방만 넘으면 된다”는 식의 관행을 말한다. 설계용역비나 사업착수비 등으로 소액 예산을 편성한 뒤 이듬해 사업비용을 증액하는 식의 수법이다. 각 상임위별 예산 심사부터 ‘문지방 예산’은 노골적이었다. 특히 국토교통부 산하 지역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집중됐다. 세계일보가 이날 국토교통위의 예비심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실세 의원 지역구에 지역 SOC사업 중심으로 5억∼50억원을 늘려잡는 사례가 수두룩했다. ‘문지방 예산 3대 법칙’이 발휘된 것이다.
기본설계비 55억원이 새롭게 반영된 부산역 일원 철도시설 재배치 사업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접 관련부처와 국회 상임위 관계자들을 만나 예산 반영을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이 17대까지 의원을 지낸 경남 거제시엔 거가대교 교통량 증가를 명분으로 도로 예산 10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야당 실세들도 가만 있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기춘 국토위원장의 지역구인 남양주시를 지나가는 와부∼설악 국지도엔 50억원이 신규편성됐고 예산소위 황주홍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강진∼마량 국도건설 사업비는 20억원이 늘어 50여억원이 됐다.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예산을 끼워넣다 보니, 사업 진척 속도는 ‘거북이 걸음’이다. 201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고속도로 7개 세부사업(신규 제외) 모두가 지난해 집행액 비율이 60%를 못 넘었다. 국도(국지도 포함)는 상황이 더 심각해 16개 세부사업 중 11개 사업은 착공도 못했다. 대부분 사업비 협의가 끝나지 않거나 타당성 재조사가 진행 중인 탓이다.
박세준·이도형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