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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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크루즈관광객 50만시대 ‘외화내빈’

시내 대기업 면세점 쇼핑 머물러
지역경제 활성화 별 도움 안돼
제주도에 입항하는 크루즈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지역경제 효과는 미미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크루즈관광객을 맞이할 항만서비스 인프라 확충과 지역 상권 소비 유도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24일 제주도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20일 현재 제주항을 통해 국제크루즈선이 225회에 크루즈관광객 55만명이 입항했다. 연말까지 242회에 약 58만명이 입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84회 38만여명의 1.5배를 넘어선 것이다. 올해 목표 50만명을 이미 달성했다. 국내 입항한 크루즈관광객 100만명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제주도는 2016년 크루즈관광객 100만명 시대를 열고 2020년 크루즈관광객 유치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 1조원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수입 대부분이 도외로 유출되는 대기업 시내면세점만 배 불리게 하는 효과다.

크루즈 전용선석 부족과 짧은 체류시간으로 인해 지역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실정이다.

내년에 300여회 크루즈선 입항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예비선석을 포함한 2개 선석을 시간대별로 쪼개서 사용해야 한다. 이 같은 항만 서비스의 질적 하향은 크루즈선사의 제주 기항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 실제 2013년 한국관광공사가 국내 대표적인 4개 크루즈 기항지인 여수·인천·부산·제주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적인 만족도는 제주가 3위에 그쳤다.

제주 크루즈관광객 체류시간이 평균 4시간 정도에 그치고 있어 지역골목상권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크루즈관광객 대부분은 씀씀이가 큰 중국인으로, 크루즈관광이 쇼핑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의 경우 쇼핑 인프라가 부족해 제주시내에서 독점하고 있는 대기업 시내면세점 쇼핑에 몰리고 있다.

여행사 관계자는 “제주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 성산일출봉이나 용두암을 둘러본 뒤 제주시내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일정이 대부분”이라며 “지역 전세버스 업계엔 도움이 되지만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작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크루즈 기항으로 인한 지역경제효과는 2015억원으로 나타났지만 이중 항만수입이 7억여원, 예선료, 물공급, 대리점이용료 등 직접적인 민간수입은 12억여원에 그쳤다.

나머지는 관광객 소비액으로 1990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부분 면세점에서 지갑을 연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 수입 대부분이 먹는샘물 ‘제주삼다수’ 공급이며 선식으로 공급되는 제주 1차 생산물 매출은 약 1억원에 그쳤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하민철 의원은 “2016년 크루즈관광객 100만명 시대를 열고 크루즈관광객 유치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도 2020년 1조원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현재의 실태로는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크루즈 항만과 터미널 공사 조기 완공, 항만과 크루즈 터미널 이외에 크루즈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시책에 대한 예산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외항에 차량 257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을 최근 조성했다”며 “크루즈관광객들이 전통시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