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대부업계에선 주로 다중채무자인 대부업 이용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CB공유는 불가하다고 외친다. 우량 대부업 이용 고객의 유출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금융당국은 대부업CB 공유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 저축은행업계, "대출금리 인하 위해 CB 공유 필요"…업권간 형평성 강조도
저축은행업계는 대부업CB 공유를 통해 신용대출의 부실가능성을 낮춤과 동시에 대출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대부업CB는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인 은행연합회에 집중돼 있는데 저축은행, 캐피탈, 카드사, 은행 등 타 업권에 공유되지 않고 있다.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타 금융업권에서 대부업CB를 볼 수 없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부실율을 높게 잡는 과정에서 신용대출 금리가 높아지고 이는 선량한 대출자의 이자부담으로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주요 저축은행에서는 가계신용대출 중 연 30% 수준의 금리를 받고 있다. 현대(88.2%), 스타(84.0%), 모아(83.3%), 스마트(83.2%), 아주(74.8%)저축은행은 30%대 금리 비중이 전체의 70%를 넘었다. 지방 소재 한 저축은행 대표는 "내부 고객데이터를 조사해보니 대부업과 저축은행을 동시에 거래하는 고객의 부실율 및 연체율이 높았다"며 "대부업CB가 타 업권에 공유되면 저축은행도 대출금리를 내릴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서울 소재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중금리대출을 주문하고 있는데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대출고객의 신용위험을 미리 파악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물론 저축은행 내부에서도 대부업CB 공유가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한 대형저축은행의 부대표는 "저축은행에서 대부업CB 공유를 주장하는 건 궁극적으로 대부업 고객(또는 잠재고객) 중 우량한 고객을 골라 데려오고 싶어서일 것"이라면서 "특히 신용대출 시장에 늦게 뛰어들거나 노하우가 부족한 저축은행에서 이런 경향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리스크관리전략 및 영업전략이지 대부업 CB공유문제 그 자체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 대부업계 "대부업이용자 피해 우려"
대부업계는 대부업이용자의 피해가능성을 이유로 CB공유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특히 대부업이용자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다중채무자들의 금융소외현상을 우려한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대부업 이용정보가 타 업권에 공유되면 대부업이용자의 신용등급 하락을 비롯해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이 거부 및 대출한도 축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대부업 이용자들의 80% 가량은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빚을 진 사람들이라 이들이 법적 테두리안에서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등록 대부업체의 총 대출잔액은 10조 200억원. 거래자 수는 248만 6000명으로 평균 대출금액은 403만원이다.
궁극적으로는 대부업 이용자의 이탈이 염려스럽다. 저축은행 신용대출 고객군과 대부업고객군의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 대부업체로선 이들이 저축은행으로 빠져나가면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 특히 '자주 빌리고, 많이 빌리고, 잘 갚는' 우량 고객의 이탈이 영업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한 중대형 대부업체에서 CB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대부업CB가 공유되면 우량 대부업 고객이 저축은행이나 캐피탈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 대부업CB 공유 '시기상조'
대부업CB 공유는 시기상조라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위 중소금융과 관계자는 "대형 대부업체들이 금융기관과 동일한 수준이 됐다고 판단되면 대부업CB 공유 건이 논의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타 업권에서 대부업CB를 직접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신용등급을 통해 신용위험이 충분히 공유된다"며 "대부업CB가 전 업권에 공유되면 대부업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기피현상이 발생할 것"이라 설명했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해 9월 저축은행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정책방안을 발표하며 중장기 검토과제로 ‘대부업 정보공유’를 선정한 바 있다. 지난 8월 신용정보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 ▲2개 이상 시·도 등록 ▲종업원 수 300명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춘 금융감독원장 검사대상인 대부업체를 신용정보집중 의무기관에 포함했다. 다만 '공유'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또한 비슷한 자세를 취한다. 금감원 대부업검사실 관계자는 "다중채무자 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줄이기 위해선 전 업권의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당장 대부업CB를 공유하게 되면 서민들의 대부업 이용이 어려워질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할 문제"라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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