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토론방 등에 따르면 다음달 18일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광명시 개점을 앞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싸고 질 좋은 DIY가구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세계 시장에 진출한 이케아가 유독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일부 제품 가격을 높게 설정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케아로 촉발된 ‘한국 호갱(어수룩한 고객)’ 논란이 글로벌 브랜드에 대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가 유독 한국에만 비싼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6월과 10월 국제물가 조사대상 15개 국가의 물가 60개 품목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이들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이 11위였지만 제품 가격은 상위 5위 안에 드는 품목이 절반을 넘는 34개나 됐다. 소득에 비해 판매가가 높은 편이라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성장한 일본의 생활용품 브랜드인 ‘무인양품’은 한국에서 일본 대비 고가 판매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약 3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캐주얼 백이 한국 온라인 매장에서는 4만4910원으로 약 1.5배 비싸다.
지난해 유행한 ‘캐나다구스’ 남성용 점퍼는 미국에서 약 54만5700원에 팔리는데 한국은 75만6000원으로 20여만원이 비싸다. 입술보습제인 ‘버츠비’도 미국 현지 판매가는 2200원이지만 국내에서는 4000∼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소매상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이윤을 챙기는 한국의 유통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박명희 전 한국소비자원 원장은 “관세나 운송료 등을 고려하더라도 국내 상품 가격이 해외 쇼핑 사이트에 비해 비싸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해외여행으로 현지에서 확인하거나 직구를 통해 얻은 가격 정보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는 만큼 국내 유통기업들도 옛 방식을 버리고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브랜드의 가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컨슈머리서치의 백진주 부장은 “자료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해당 기업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렵다”며 “소비자들이 주축이 돼 문제를 제기해야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형·이지수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