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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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명동 거리·제주도는 온통 중국어 천지

매장 직원 중국어 구사는 필수
붉은색·‘숫자 8’ 활용 마케팅도
서울 명동 롯데면세점의 화장품 매장.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곳 판매직원의 한국어 발음이 약간 어눌하다. 그들은 중국동포(조선족)다.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불편 없이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중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중국동포를 고용한 것이다. 한국인도 이 면세점에 판매직원으로 취직하려면 중국어 구사가 필수조건이다.

제주도 한화리조트 로비. 모든 객실에 무선인터넷망이 설치되며 지금은 치워졌지만, 얼마 전까지 이곳에 놓인 컴퓨터의 인터넷 언어는 중국어에 맞춰져 있었다.

여행·관광업은 물론 유통·분야도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붙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며 우리나라 곳곳에 새로운 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다. 중국인들이 붐비는 서울 명동 거리는 온통 중국어 천지다. 화장품가게 직원은 길가로 나와 유창한 중국어로 호객 행위를 하고 상품 진열대의 설명문도 중국어 일색이다.

화장품가게는 중국 상점에 들어왔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며, 한국인은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과 금색으로 실내를 장식한 곳도 여럿이며, 상품 포장지도 붉은 빛깔 일색이다. 9900원 대신 재물복이 들어온다며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을 넣은 8800원, 8만8000원 마케팅도 눈에 띈다.

편의점 CU(씨유)는 서울 명동과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 8200여개 모든 매장의 단말기에 ‘중국어 안내 시스템’을 도입했고, 비씨카드는 이달초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여행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커 전용 앱 ‘완쭈안한궈’(玩轉韓國)를 출시했다.

또 10월 초 중국 국경일 연휴기간에 서울 롯데 백화점은 중화권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행사를 진행했는데, 1층 당첨자 1명에게는 중국 선양의 롯데캐슬 아파트(56㎡)를 경품으로 제공했다.

지자체도 유커 모시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유커가 많이 찾는 남산의 케이블카를 없애고 곤돌라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중국인 관광객 수송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강원도는 동해안 대표 해변인 정동진에 2000억원을 들여 2017년까지 대규모 차이나타운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같은 중국인 모시기 정책은 찬반 논란과 함께 여러 부작용을 수반하기도 한다. 정부가 최근 제주도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렌터카를 운전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자, 중국인의 교통의식 수준이 낮아 교통사고가 급증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2008년부터 유커 유치 확대를 위해 제주도에 무사증(비자) 입국 제도를 도입하자 불법체류자도 급증하고 있다. 최장 30일의 체류기간을 넘긴 불법 체류자가 2012년 371명에서 지난해 731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박창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