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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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조 가입률 오르면 비정규직 고용 늘어

“노조힘 강해지는 특정 시점부터 교섭력 약화 위해 간접고용 선호”
강성 노조도 비정규직 양산 책임
‘정규직 ‘귀족노조’가 비정규직 증가의 주범이다.’ vs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은 기업이고 노조는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주체다.’

비정규직 증가 책임론을 두고 노사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노동조합 조직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채용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기업 노조가 비정규직 증가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연구 결과라 논란이 예상된다.

30일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조합과 비정규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노조 조직률과 간접고용 비정규직 활용 비율 사이에는 U자형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30인 이상 사업체 전체를 대표하는 사업체 패널 1∼4차연도(2005∼2011년) 조사 자료를 시계열 분석했다.

보고서는 노조 조직률이 일정 수준이 될 때까지는 노조 조직률이 상승하면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활용 비율도 감소하지만 특정 수준을 기점으로는 노조 조직률이 상승할수록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활용이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특정 수준은 35% 정도의 노조 조직률로 분석됐다. 다만 표본에 노조가 없는 사업체가 포함돼 있음을 감안하면 실제 변곡점이 되는 노조 조직률은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를 수행한 김정우 노동통계연구실 사업체패널 팀장은 “노조의 교섭력이 어느 지점에 이르기까지는 경영 측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유인이 약하지만 노조의 힘이 어느 정도 강해지는 지점부터는 노조의 교섭력 약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간접고용 비정규직 활용을 도모한다”면서 “노조는 이러한 경영 측의 움직임을 자신들의 일자리와 노조 지위를 지켜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방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나 조선 업종의 강한 교섭력이 있는 노조가 있는 사업체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적지 않은 규모의 파견이나 사내하청과 같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번 분석 결과와 부합되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외주업체를 통해 용역이나 파견 형식으로 고용된 비정규 직원으로 가장 열악한 고용형태다.

고용노동부의 의뢰로 조사된 ‘2013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300인 이상의 임금근로자를 채용한 사업체의 노조 조직률은 47.7%에 달한다. 그러나 사업체 규모가 작아질수록 조직률이 낮아져 100∼299명은 8.6%, 30명 미만은 1.0%에 불과하다.

김 팀장은 “물론 비정규직 채용의 주체는 노조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비정규직 고용 증가의 모든 책임이 노조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른 가능한 모든 조건을 통제했을 때 강한 교섭력이 있는 노조가 있는 사업체에서 오히려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비율이 더 높다는 사실은 앞으로 노조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고 상시적인 직무는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을 노동조합 운동의 의제로 상정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적 과제를 제기해 준다”고 지적했다.

세종=윤지희 기자 phh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