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해 위축된 소비심리가 여전히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굳게 닫혀버린 지갑은 그만큼 쓸 돈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가계부를 작성하는 소비자들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3명 중 1명만 가계부 작성
2일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가계부와 물가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소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는 소비자는 전체 33.6%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3명 중 1명 꼴로 지난번 조사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 가계부를 작성하다 현재는 작성하지 않는다는 소비자가 45.4%로 가장 많았으며, 아예 작성경험이 없는 소비자도 21%에 이르렀다.
대체로 가계부 작성은 남성(26.4%)보다는 여성(40.8%) 소비자들이 많이 했으며, 연령별로는 30대(39.6%)와 40대(35.2%)의 가계부 작성 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또한 자녀가 없는 기혼자(49.3%)와 2인 가구(45.9%)의 가계부 이용률이 높은 편이었다. 작성하는 가계부 종류는 책이나 노트 형태의 수기형 가계부(42.6%)가 가장 많았지만, 인터넷 전자가계부(31.3%)와 스마트폰 가계부 APP(26.2%)의 이용비중도 적지 않았다. 다만 20대는 스마트폰 APP(50.6%), 30대와 40대는 전자가계부(30대 38.4%·40대 38.6%), 50대는 수기형 가계부(70%)를 주로 이용하는 연령별 차이를 보였다.
◆ 가계부 안 쓰는 이유
현재 가계부를 작성하지 않는 다수의 소비자들은 가계부 작성이 그냥 귀찮다(58%·중복응답)는 이유와 함께 어차피 가계부를 써도 아낄 수 있는 것이 아니며(45.6%), 작성하는 것과 작성하지 않는 것에 따른 행동차이가 없다(42.6%)는 점을 비작성의 이유로 많이 꼽았다. 또한 평소 돈의 사용처를 잘 알고 있고(40.5%), 가계부를 쓰는 것이 익숙지 않으며(40.5%), 지출구조가 명확해서(28.2%) 가계부 작성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뒤를 이었다.
전체적으로는 10명 중 6명(60.4%)이 가계부 작성이 소득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동의할 만큼 효용성에 대체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가계부가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지난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감소 추세라고 볼 수 있다.
◆ 부담 느끼는 지출, '공과금 > 외식비 > 주식비 > 대출이자' 順
소비자들이 최근 1년 동안 물가상승으로 가장 큰 부담을 느낀 소비지출항목은 공과금(30.1%·중복응답)으로 2012년 조사 이래 공과금에 대한 부담감은 꾸준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전기나 가스요금과 같은 공과금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외식비(26.4%) ▲주식비(24.9%) ▲대출이자(21.4%) ▲자녀교육비(19.7%) ▲경조사비(18.1%)를 부담스러운 소비지출항목으로 꼽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물가상승으로 인해 실제 지출이 가장 많이 감소한 소비항목은 의류비(46.4%·중복응답)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울수록 소비자들이 입는 옷에 들어가는 비용부터 줄이는 것으로, 지난 2012년(42.3%), 2013년(43.7%)에 비해서도 이런 경향은 증가했다. 특히 남성(39.2%)보다 여성(53.6%)이 의류비용을 많이 줄였다. 의류비 다음으로는 ▲외식비(40.2%) ▲문화여가활동비(37.1%) ▲간식비(24.3%) ▲저금비용(19.9%) ▲부식비(16%)를 줄인 소비자들이 많았다.
◆ "2명 중 1명, 최근 1년동안 대출 받았다"
최근 1년 동안 소비자의 48.3%가 대출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10명 중 4명 정도였던 대출 경험이 작년(53.6%)과 올해(48.3%)는 10명 중 5명꼴로 증가한 것으로, 그만큼 ‘빚’을 내야만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30대(61.6%)의 대출 경험이 가장 많았으며, 대체로 미혼(29%) 때보다는 결혼 후(유자녀 기혼자 61.6%·무자녀 기혼자 62.3%) 대출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목적은 크게 내 집 마련 및 전셋집을 구하기 위한 주택구입비용(67.9%·중복응답)과 생활비 등 가계자금(56.9%) 용도로 나눠졌다. 주택구입비용 목적은 20대(38.6%)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의 비중이 높았으며, 가계자금 목적은 전 연령 모두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밖에 ▲사업 자금(25.1%) ▲자동차 구매(21.3%) ▲금융상품 투자(15.5%) ▲결혼 준비(9.1%)를 위한 목적으로 대출을 한 소비자가 뒤를 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