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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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Welcome to 성·형·왕·국

#. 주부 김모(43)씨는 딸 최모(13)양과 함께 병원을 찾은 뒤 고민에 빠졌다. '성장판 검사' 결과 최양의 기대 신장이 149cm로 나타난 것. 최양의 작은 키를 우려한 김씨는 성장호르몬 시술을 진행했다. 김씨는 "호르몬 시술이 부작용이 있다는 얘긴 들었지만, 장차 딸의 사회생활을 생각하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성장호르몬 시술 이른바 '키 성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분별한 호르몬 시술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성장호르몬 주사 부작용 신고 ↑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명 '키 크는 주사'에 쓰이는 호르몬제 소마트로핀의 청구 건수는 2011년 1만4166건에서 2012년 1만8658건, 2013년 2만2187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성장호르몬 주사 부작용 신고 현황 역시 다양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 6월까지 신고된 부작용으로는 주사부위통증이 28건으로 가장 많았고 두통이나 발진·두드러기·가려움증 등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일반의들이 무분별하게 성장 호르몬 시술에 나서면서 돈을 벌기 위해 키 크는 주사를 놓는 병원이 난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장 주사는 질환 치료가 아닌 비급여 항목에 해당해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성형광고를 보고 성형을 했다가 불만족스럽다고 후회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짓되거나 과장된 광고가 적지 않아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성형외과 관련 소비자상담이 2011년 4045건에서 올해(1~9월)는 3763건으로 추세적으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접수된 소비자상담 1만6354건 가운데 '성형수술 결과가 불만족스럽다'고 상담한 비중이 69.5%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계약 해지·해제 관련 불만(22.1%), 단순문의(3.7%) 등이 뒤를 이었다.

◆ "수술 결과 불만족스럽다"

이 같은 결과는 성형을 결정할 때 광고에 의존하는 높은 경향에서 비롯됐다. 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성형수술을 한 1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30.4%는 성형광고를 보고 병원을 선택했다. 이들은 주로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이나 인터넷을 통해 광고를 접했다.

성형 수술을 처음 한 나이는 20대가 61.8%로 가장 많았는데 10대도 10.5%로 낮지 않은 수치를 보였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광고에 현혹되기 쉽다. 문제는 ▲모바일 ▲온라인 커뮤니티 ▲교통수단 내부에서 실시되는 성형광고가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사전 광고 심의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점을 악용한 과장광고나 허위광고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소비자원 조사 결과 모바일이나 지하철 내부 광고 중 일부는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되지 않은 모델의 성형수술 전후 비교 광고가 이뤄지고 있었다. 치료기간이나 부작용 등 중요 정보가 누락된 사례도 발견됐다. '수험생 이벤트' '100명 한정'이란 문구를 사용해 의료기관 소개·알선광고를 하거나 '만족도 100%에 달한다' 등 식의 치료보장광고도 기승을 부렸다. 모두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광고형태다.

◆ 성형 특성상 소송보단 합의하는 경향 있어

한편, 성형외과 의료분쟁 상담이 지난해 60% 이상 급증하고, 코 성형과 쌍꺼풀 수술의 피해 접수가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 따르면 성형외과 의료분쟁 상담은 2012년 444건에서 지난해 731건으로 64.6% 늘었다. 올 들어서는 7월까지 530건이 들어와 지난해보다 25%가량 증가세다. 상담 후 실제 의료분쟁 조정을 신청한 사례도 지난해 51건으로 2012년 18건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올 7월까지 들어온 조정 건수는 49건이어서 지난해 수준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제출받은 ‘성형수술 피해구제 접수 현황’에서도 성형외과 피해구제 신청은 2010년 71건에서 2013년 110건으로 늘었다. 코 성형(융비술)이 76건으로 가장 많았고 ▲쌍꺼풀 수술(중검술) 68건 ▲유방 성형술 37건 ▲지방흡입술 35건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401건(85%)을 차지했고, 연령대별로는 20대 161건, 30대 103건 등 20·30대가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대해진 성형 산업이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성형수술의 특성상 부작용이 있어도 드러내지 못하고 소송보다 합의를 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로는 더욱 많은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