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부실덩어리'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절차 본격화

부채 9000억원에 분양률 35%
‘부실덩어리’ 제값 받을지 의문
지방공기업 부실사업의 대명사로 불린 알펜시아리조트가 결국 매각된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조성한 리조트가 올림픽 개최 전에 매물시장에 나온 것이다. 하지만 부실덩어리인 데다 운영마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제값을 받고 매각될지는 의문이다.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알펜시아 매각 및 투자유치자문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최근 공사 홈페이지와 나라장터에 공고했다고 3일 밝혔다.

8일까지 제안서를 받아 평가를 진행한 뒤 15일 매각 자문사를 선정해 이달 말 계약할 계획이다.

자문사는 알펜시아리조트의 가치 등 객관적 기업평가와 투자, 매각 대상자 선정을 담당한다. 내년 1월까지 기업평가를 마무리하면 투자유치 및 매각 대상자 선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알펜시아리조트 전체다. 통째로 매각해 부실을 털어내겠다는 것이다. 강원도개발공사는 행정자치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4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아 경영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행정자치부는 10월 2017년까지 부채비율을 200% 선까지 낮추라고 요구했다. 도 개발공사는 알펜시아타운 및 강원랜드 보유 주식 매각 등 자구노력과 강원도의 현금·현물출자 등으로 부채비율을 127%로 낮추는 부채감축계획안을 제출했다.

알펜시아리조트는 2004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핵심기반시설로 조성했지만, 많은 차입금과 낙관적 타당성만으로 사업을 추진해 1조189억원의 부채가 발생하는 부실을 초래했다. 특히 박세훈 전 강원도개발공사 사장 등이 무리한 사업추진과 잦은 설계변경 등으로 부실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거치지 않고 설계변경을 해 당초 8600억원인 공사비가 1조873억원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분양을 중단하고 시설물을 재설계해 수정하는 아마추어식 사업진행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불신을 자초했으며 이는 분양률 저조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부채만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알펜시아리조트가 강원도 관광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는 등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미분양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서 현재까지 부채 상환액은 1189억원에 불과하다. 부채 잔액은 9000억원으로 하루 이자만 8000만원에 이른다. 지난 9월 현재 분양률은 34.7%에 머물고 있다. 미분양 잔액이 7477억원에 이를 정도로 재정상태가 부실하다. 올해 객실가동률은 56% 정도다. 알펜시아리조트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현재 382%에 이른다.

강원도개발공사의 한 관계자는 “경영상황이 개선되고 동계올림픽 호재를 앞둔 현 시점이 매각 최적기로 판단해 매각 절차를 본격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매각방침에도 일부에서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향후 경제상황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대규모 프로젝트인 데다 그동안 애물단지로 낙인찍혀 있어 매매가 이루어질지 의문스럽다”며 “동계올림픽도 1회성 이벤트여서 부실 리조트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업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