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이 자신을 미행하던 오토바이 기사를 붙잡아 받아냈다는 ‘자술서’의 실체를 둘러싼 의문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유상범 3차장검사)이 박 회장 측으로부터 최근 제출받은 문건에는 ‘박 회장이 정씨로부터 미행당했다’는 정황이 담겨 있다.
박관천(48) 경정은 전직 경찰관에게 제보 받아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을 A4 용지 3∼4장 분량으로 작성했으며, 박 회장의 비서를 지낸 전모씨를 통해 박 회장에게 건넸다.
문건에는 지난 3월 시사저널이 보도한 ‘오토바이를 탄 사람에게 한 달간 미행당했다’는 내용과 비슷한 얘기가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박 경정이 작성한 내용의 진위 파악을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이 문건을 본 것이 자신이 미행당한다고 의심하게 된 결정적 근거”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전날 체포한 박 경정을 상대로 문건을 작성하게 된 경위와 작성 시기, 박 회장에게 전달한 이유 등을 조사했다. 작성된 문건을 박 경정이 누구에게 보고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다만 검찰은 문건이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 등 박 경정이 작성한 청와대 문건과 달리 공문서 형식을 갖추지 않은 점과 그간 수사 상황에 비춰 문건 내용의 신빙성에 의심이 든다고 보고 있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등을 담은 문건을 유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형법상 공용 서류 은닉)로 박관천 경정이 16일 오후 검찰에 전격 체포됐다. 사진은 지난 5일 새벽 조사를 받은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는 박 경정. 세계일보 자료사진 |
그럼에도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 내용에 대한 검찰 수사에 따라 그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박 경정은 문건에 박 회장 미행 관련 인물들을 특정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박 회장 미행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과 미행 관련 이야기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여러 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이름이 알려진 인물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정윤회 문건’ 제보자인 박동열(61)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처럼 ‘정보시장’에 능통한 인물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건에 언급된 인물들이 누구인지, 또 어떤 진술을 하는지에 따라 문건 내용을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전망이다.
검찰은 문건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정씨를 다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박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존재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 ‘자술서’의 존재도 의문시되고 있다. 일각에서 박 회장이 자술서를 일부러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자칫 자신이 정씨와 ‘전면전’을 벌이는 모양새로 비치면 누나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성호 기자 com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