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정부 목소리를 대변하는 공영방송들의 보도에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향한 적대적인 수사어구의 수위가 낮아졌다. 유럽의 외교관들도 “최근 만나는 러시아 외교관들의 언어가 상당히 부드러워졌다”며 “타협에도 열린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재정 안정성과 번영의 두 축이 흔들리면서 ‘차르 권력’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친정부 성향의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 아무르 호랑이, 루블화 등 모든 것을 통제하는 마법사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있다”며 비판사설을 싣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푸틴 대통령의 위기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대를 유지하고 있고, 러시아 국민 다수가 이번 경제위기가 서방 책임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어 아직은 버틸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은 이밖에 은행들이 외환거래와 관련한 감독 기준 이행 평가에서 루블화 환율 폭등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 분기 환율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앞서 재무부는 외화 70억달러(약 7조7100억원)를 시장에 팔아 루블화 환율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의 이 같은 조치들의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이 계속 요동칠 경우 외화를 풀어 폭락하는 루블화 가치를 잡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상 러시아 외환보유액은 지난 5일 기준 4160억달러로 충분하다. 그러나 올 초부터 외화 800억달러를 시장에 풀었지만 결과적으로 환율 방어에 실패했다.
정부가 기준금리을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지난 15일 금리 인상이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은 만큼 보유 금 매각 등 다른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일부에서는 결국 정부가 외환거래를 일정 기간 중단하고 외화 예금 인출도 제한하는 특단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전날 “말도 안 되는 조치”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