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박 회장 변호인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일부 언론 보도 내용 중 바로잡기를 희망하는 사실관계’란 A4 용지 2장 분량의 문서를 통해 일부 사실관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간 박 회장은 자신과 관련된 어떤 보도에도 반응하지 않았고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다. 우선 박 회장은 문건에서 “(세계일보 기자가) 유출 문건을 가져와 보여주기는 했지만 이를 교부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본지 기자를 만난 사실과 청와대 문건의 존재 여부를 직접 확인했지만 그 문서를 받은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박지만 EG회장이 지난 15일 미행설 등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참고인 신분으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이재문 기자 |
‘박 회장이 청와대 문건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적도 당연히 없다’고 기술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측근인 B씨를 통해 문건을 처리했으며, B씨는 기자에게 청와대와 국정원에 전달했다고 알려왔다. 실제 박 회장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국가정보원에서 연락이 갈 것이니 좀 도와 달라’는 부탁도 했다. 박 회장이 이처럼 계산된 발언을 하며 자신을 숨기는 것은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서 일정한 거리두기를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 회장이 시사저널의 미행설 보도와 관련해 최근 검찰에 출석해 정 회장과 관련한 의혹을 ‘혐의없음’으로 정리해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파문으로 보수층까지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박 회장이 누나를 돕기 위해 모종의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측이 나서서 박 회장과 정씨 사이를 화해시킨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