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의 중요 문서가 인터넷에 버젓이 나도는 사태가 발생했다.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그제 임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내부 자료가 유출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유출된 자료는 고리·월성 발전소의 배관설치도와 제어프로그램 해설서, 1만여명의 전·현직 임직원의 상세한 개인정보 등이다. 범인은 이들 자료를 포털사이트의 한 블로그에 공개했다.
원전은 테러에 노출되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는 1급 국가보안시설이다. 국가 기간망을 마비시키고, 국민 생명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런 핵심시설의 보안망이 이런 식으로 뚫렸으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한수원의 대응은 한심하다. 한수원이 포털사이트 운영업체에 요청해 문제의 블로그를 폐쇄하기까지 이틀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이틀이 넘는 동안 국가핵심시설의 보안 자료는 전 세계에 공개되었다. 유출된 자료가 범죄 집단이나 북한으로 넘어가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해킹범으로 추정되는 세력은 다음에는 원전 제어시스템을 파괴하겠다고 2차 공격까지 예고했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유출 자료가 기밀문서가 아니고, 해킹인지 내부직원의 소행인지 확실치 않다는 답변만 되풀이한다. 해킹을 당했다면 유출된 자료가 더 없는지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른다.
한수원의 허술한 보안관리는 이뿐이 아니다. 원전 내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거나 허가받지 않은 USB를 무단으로 사용하다 자체 점검에서 적발됐을 정도다. 지난달에는 원전 직원 19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협력업체에 넘어간 사실도 드러났다. CCTV의 77%는 잦은 고장으로 멈춰서기 일쑤다. 총체적 보안 부실이 따로 없다.
정부는 이번 정보 유출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보안에 구멍이 있다면 철저히 메워야 한다. 한수원의 ‘고장 난 보안 체제’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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