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림 글/이갑규 그림/웅진주니어/1만1000원 |
“이제 보기 좋구나. 장갑나무야, 잘 지내거라.”
언덕 위, 잎 하나 없이 서 있던 나무 한 그루가 어느새 각양각색 장갑을 풍성하게 매달고 있다. 오도동통 할머니가 큼지막한 보따리를 짊어지고 언덕을 올라, 보따리 안에 있던 짝 잃은 장갑, 버려진 장갑 등을 나뭇가지에 어지럽게 펼쳐 놓았다.
나무에 걸린 장갑들이 바람 따라 달랑달랑 흔들린 지 사흘이 지났을 때, “에취” 하는 소리와 함께 감기 걸린 돼지 삼 형제가 나타난다. 형제는 껑충껑충 뛰더니 나무 위 걸려 있던 장갑을 가져와 아픈 목, 머리, 콧물 나는 코에 하나씩 낀다. “아, 이제 따뜻하다.”
장갑의 다양한 쓰임새를 묘사한 그림이 인상적인 ‘장갑나무’는 쓸모없는 듯 보이는 장갑으로 겨울을 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웅진주니어 제공 |
나무 위 장갑은 이제 몇 개 남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겨울이 지나고 꽃잎 날리는 봄이 찾아온다. 이때 오도동통 할머니가 돌아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란다. “장갑이 몇 개 안 남았네?”
그 말 한마디에 나무 위 장갑에선 겨울잠을 자던 곤충이 기지개를 켜며 나온다. 다람쥐는 서둘러 달려와 겨울에 숨겨 둔 도토리를 찾아간다. 할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즐겁게 웃는다. “장갑나무가 그동안 잘 지냈구나.”
책은 버려진 물건을 모아 새 생명으로 만드는 오도동통 할머니와 나무에 매달린 장갑을 저마다 방식으로 활용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며 재미를 선사한다. 또 다양하게 활용되는 장갑을 사랑스럽게 그린 삽화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