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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준 교수·이정희 교수·최창렬 교수·박용진 전 대변인 |
통진당 해산으로 인한 진보정치의 위기는 자초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2일 통화에서 “진보가 지나치게 가치를 종북 프레임으로 맞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통진당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비판이 아닌 ‘유감’으로 표하는 데 그쳤고 일심회 사건 관련자에 대한 당내 제명도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종북주의는 진보진영이 오래전부터 결별해야 할 과제였다. 종북이란 단어가 정치권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이후 민노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가 결합해 통진당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북한은 ‘성역’과 같았다. 민노당 대변인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박용진 전 대변인은 “북한 인권에 대해 한 마디도 못 하는 게 진보정당이냐”며 “진보정치가 궤도를 이탈하면서 고립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북한 세습체제에 대해 용인하자는 식의 논리가 국민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결정에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당의 비민주적 운영 방식도 국민이 등을 돌리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통진당은 19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으로 시작된 당내 갈등 속에 ‘자주파’ 당원들의 폭력사태를 겪었고 현 정의당과 분당 후 당내 패권주의는 더욱 노골화됐다.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 발생했지만 통진당은 종북과의 결별보다 엄호로 일관했다. 결국 다른 야당들도 거리를 두면서 통진당의 정치적 고립화는 심화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통진당) 해산에 대한 찬성여론이 많다는 것은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진보정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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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재편 필요… 종북 결별하고 민생으로
진보정치 재편의 필요성에 대해 이 교수는 “(헌재 판결로) 진보정치가 위축돼서도 안 되고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종북 논란을 일으킨 정당은 통진당이기 때문에 남은 진보정치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진보정치의) 방향 전환을 할 때가 됐으니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진보정치는 종북과의 확실한 결별과 동시에 진보의 가치를 살리는 민생진보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진보가 그동안 국민으로부터 왜 버림을 받았는지 강도 높은 참회록을 써야 한다”며 “이념이 아닌 노동, 인권, 환경 등 생활진보로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교수도 “확실하게 종북과 선을 그어야지 애매하면 종북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며 “새정치연합도 애매하게 (헌재 결과를) 비판하다가는 스텝이 고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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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선관위 전체위원회의 이인복 중앙선관위원장(왼쪽)이 22일 경기 과천 선관위 회의실에서 통합진보당 광역·기초 비례대표 의원의 의원직 상실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체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진보진영 재편이 새정치연합을 포함한 야권 전체의 재구성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최 교수는 “새로운 야권 재편도 나쁘지 않다”며 “내년 4월 보선에 분명한 후보를 내고 종북과 확실히 선을 긋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대변인은 “현행 선거제도로는 제3당이 독자적으로 집권, 성공할 수 없다”며 새정치연합을 포함한 야권 전체의 재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달중·홍주형 기자 dal@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