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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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수질 점점 악화… ‘제2시화호’ 우려

수질개선 14년 2조5000억 헛돈… 동진강 하천 오염도 되레 나빠져
2020년까지 목표달성 실패 땐 사업 개발 방향 뜯어고칠 수도
단일 토지 규모로는 국내 최대 개발사업인 전북 새만금지구 개발사업에서 개발 중심축인 새만금호의 수질이 점점 나빠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새만금호로 흘러드는 만경강, 동진강 등 대형 하천의 수질이 거의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전주나 김제 등 주변 도시와 농가 등에서 흘러드는 불법 무단 오폐수가 새만금호 수질 악화의 원인으로 꼽히는데, 이대로 가다간 몇년 이내에 ‘제2 시화호’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수도권에 있는 시화호는 수질 악화로 물고기 양식이 어려워지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25일 전북도에 따르면 올해 만경강의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는 5.6㎎/L로, 2011년 같은 기간의 5.1㎎/L와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인(T-P) 농도 역시 2011년에는 0.357㎎/L이었으나 올해는 0.355㎎/L로 나아지지 않았다. 동진강도 비슷한 상황이다. BOD는 2011년의 2.8㎎/L에서 올해는 3.3㎎/L로 오히려 더 악화됐다. 총인은 2011년 0.158㎎/L에서 올해 0.097㎎/L로 다소 개선됐다.

2011년 시작된 새만금 유역 2단계 수질개선사업은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다. 지난 3년간 투입된 예산만 9255억원에 이른다. 2단계 수질개선사업은 2019년까지 총 2조950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새만금 수질개선사업은 방조제 공사가 한창이던 2001년부터 새만금호의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 추진됐다. 1단계 사업으로 2010년까지 10년 간 1조4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1단계 사업 마지막 연도인 2010년 수질은 만경강이 BOD 6.2㎎/L, T-P 0.528㎎/L, 동진강은 BOD 3.1㎎/L, T-P 0.186㎎/L를 보였다.

수질개선사업 추진 직전인 2000년 BOD 6.6㎎/L, T-P 0.537㎎/L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 새만금 수질개선에 지난 14년간 2조5000억원을 투입했지만 목표 수질에 크게 미달돼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의 추세대로 가면 2020년 새만금호 목표수질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 기본계획(MP)에 제시된 새만금호 목표수질은 도시용지는 3등급(COD 5㎎/L, T-P 0.05㎎/L), 농업용지는 4등급(COD 8㎎/L, T-P 0.1㎎/L)이다.

목표 수질에 달성하지 못할 경우 문제는 또 있다. 2015년 새만금호 수질 중간평가에서 목표 수질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면 새만금 개발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가 지난 7월 연구용역을 발주한 새만금호의 수질 중간평가 결과가 내년 10월쯤 새만금위원회에 보고된다. 새만금 유역의 수질 변화 추이와 2020년까지 새만금호 목표수질 달성 여부에 관한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새만금위원회는 2020년까지 목표수질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새만금사업 개발 범위를 축소하거나 해수 유통을 추진하는 등 개발방향과 범위를 조정할 것으로 판단된다. 수질 개선이 새만금사업의 큰 틀을 바꾸게 되는 셈이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2020년에 목표수질을 달성하지 못하면 새만금 개발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수질 농도와 유량을 함께 측정하는 오염 부하량 관리로 전환하고 비점오염원 저감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