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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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서류 음성변환서비스… 일선 공무원 “그게 뭔가요?”

시행 4개월째 ‘헛바퀴’
“인쇄물음성변환출력기(출력기)요? 그게 뭔가요?”

지난 18일 서울의 한 구청 민원실 직원에게 인쇄물 음성변환 출력기가 설치됐냐고 묻자 직원은 “처음 들어본다”며 고개를 저었다. 민원서류에 찍힌 바코드를 보여주며 “음성변환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하자,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한참 통화를 한 그는 10여분 만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직원은 안내를 위해 직접 앱을 다운 받았지만, 조작 방법을 몰라 끝내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정부가 시각장애인과 노약자 등을 위해 민원서류 음성변환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민원 현장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기가 설치된 관공서가 많지 않은 데다 공무원이 서비스에 대해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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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부터 전국 관공서에서 주민등록 등·초본 음성변환 서비스를 확대 시행 중이다. 문서 내용을 음성으로 변환시켜주는 서비스로, 민원서류 발급 시 오른쪽 상단에 2차원 바코드가 자동 생성되고 바코드에 출력기를 갖다 대거나 스마트폰 앱을 실행하면 문서 내용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기존에는 온라인에서 발급하는 700여종의 서류에만 바코드가 생성됐지만, 8월부터는 모든 지방자치단체 창구에서 발급하는 주민등록 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등에도 확대 적용됐다.

행자부는 제도를 확대하면서 구청 등에 바코드를 읽을 수 있는 출력기를 설치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실제 설치율은 높지 않다. 서울 25개 구청을 확인한 결과 구청 혹은 주민센터에 출력기가 설치된 곳은 강남·금천·노원·중랑·동작·송파 등 6곳에 불과했다. 영등포구는고장난 상태였고, 나머지 18곳은 아예 설치하지 않았다. A구청의 한 관계자는 “공문을 받은 적은 있으나 예산이 없어 설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들이 서비스 자체를 잘 모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구청 관계자들은 “스마트폰 앱으로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용 기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명했지만 현장에서 이를 제대로 아는 공무원들은 드물었다. 심지어 일부 공무원들은 “그런 서비스가 있냐”고 반문했으며, 앱 조작법도 알지 못했다. 강남구의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민원서류에 음성변환 바코드가 자동으로 찍혀 나온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기기 설치를 늘리고 민원서류 담당 직원들이 앱 사용법 등을 숙지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김유나·권구성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