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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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1월 회담' 제안 수용 여부는 불투명

北 "통준위, 흡수통일 위한 기구" 낙인…대화 주체·형식 변경 역제의 가능성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정부측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내년 1월 중에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갖고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자고 북측에 공식 제의하고 있다. 류 장관 왼쪽은 정종욱 통준위 민간 측 부위원장.
우리 정부가 29일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명의로 제안한 남북 당국 회담을 북한이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의 연장선에서 출범시킨 통준위를 흡수통일을 위한 ‘트로이의 목마’로 간주하며 강한 거부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통준위가 출범하자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체제통일을 추구하는 불순한 모략 소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조선 당국의 통일준비위원회 조작 놀음은 민족을 전쟁의 재난 속에 빠뜨릴 체제통일 망상의 발로”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통준위에 이미 흡수통일을 위한 기구라는 낙인을 찍은 상황”이라며 “북한이 긍정적으로 나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4년 핵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의 얘기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수석대표를 맡은 고위급 접촉 합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민간 측 인사인 정종욱 통준위 부위원장이 참여하는 대화를 수용하겠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통준위를 배제하는 대화 형식을 역제의하거나 대북 전단 살포 중단 등을 요구하며 정부의 진정성을 시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대화 주체와 의제에 대해 수정 제의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이 대화 주체는 고위급 접촉이나 장관급 접촉을 하자고 역제의하면서 의제는 상호비방·중상금지,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등을 요구하는 전통문을 보내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북한이 새해 들어 적극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그동안 전개한 적극적·전방위적인 외교 공세가 미국의 대북 압박, 북·일 일본인납북자 교섭 난항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남북 관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내적으로도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탈상(脫喪)을 끝내고 본격적인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남북 관계 개선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북한 김양건 조선노동당 중앙위 비서(대남 담당)가 지난 24일 개성을 방문한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원장(전 문화부 장관·통준위 사회·문화분과위원장)에게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긍정적 시그널이 되고 있다. 정종욱 통준위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11월21일과 12월24일 방북한) 김성재 전 장관이 두 번째 개성을 방문했을 때 첫 번째하고는 달리 북한의 태도가 긍정적이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북한의 반응은 새해 1월1일 발표될 북한의 신년사를 통해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김청중·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