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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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도 출구는 없다"…'성전환' 바란 남학생 자살

 

여성으로의 성전환수술을 애타게 바랐던 남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다. 부모의 반대에 성전환수술이 좌절된 남학생은 유서에서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 사람이었는지를 적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영국 미러 등 외신들은 미국 버지니아주 킹스밀 출신 리라 알콘(17)의 못다 핀 인생과 관련해 지난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선 28일 알콘은 오하이오의 한 고속도로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남자로 태어난 알콘은 4살 때부터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14살이 되던 해 ‘성전환자’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는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했다.

그러나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알콘의 부모는 성전환수술을 반대했다. 알콘은 유서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부모님은 내가 수술을 받더라도 ‘진짜’ 여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을 하셨다”며 “하느님이 나를 남자로 태어나게 한 건 결코 실수가 아니며, 따라서 내가 틀렸다고 강조하셨다”고 적었다.

알콘은 자신이 남자로 사는 한 진실된 사랑을 할 수 없고, 자신을 이해할 친구를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결국 인생 전체가 불행해질 거라 생각했다.

알콘은 유서에서 “평생 여자가 되기를 원하는 남자로서 외로운 인생을 살든지, 아니면 평생 자신을 싫어하는 여자로서 살든지 두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며 “어디에도 내가 나갈 수 있는 비상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즉, 성전환수술을 받지 못한다면 쓸쓸한 남자가 될 것이고, 성전환수술을 받더라도 주위 사람들 때문에 평생 자신을 증오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었다.

알콘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전환자들을 향한 사회의 인식이 바뀌기를 바랐다. 그러면서 알콘은 맨 끝에 “안녕, 알콘”이라고 글을 맺었다. 그것이 그가 세상과 자신을 향해 남긴 마지막 인사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