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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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약한 외벽 마감재… 30층 이하는 규제 없어

3개 棟 모두 ‘드라이비트’ 공법
단열효과 좋고 값 저렴하지만
화재 속수무책… 法 정비 시급
건물의 외벽 마감재가 화재에 취약해 빌딩에 불이 날 경우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고 있지만 30층 이하의 건물에 대한 관련 규정이 없어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벽 마감재 관련 법규를 30층 이하의 중고층 건물로까지 확대해야 화재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11일 의정부시청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화재가 난 대봉그린아파트, 드림타운아파트, 해뜨는마을아파트 등 건물 3개 동은 모두 이른바 ‘드라이비트(Dry vit)’ 공법으로 외벽을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철근 콘크리트나 벽돌 등으로 건축물을 완성한 뒤 스티로폼 등을 단열재로 붙이는 방식으로 단열 효과가 좋고 시공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으며 비용이 저렴해 많이 사용하고 있다.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한 건물에서 단열재로 사용하는 스티로폼 등은 화재에 취약해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

민세홍 가천대 소방방재공학과 교수는 ‘외벽 마감재료의 수직화재 확산 연구를 위한 실물화재 실험(2012년)’을 했다. 그는 논문에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에 불이 날 경우 화재의 급격한 수직 확산으로 최상부까지 화염이 확산하는 결과가 나와 화재에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2010년 11월 건물 4층에서 발생한 불이 20여분 만에 38층까지 퍼졌던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당시에도 경찰 조사결과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외벽을 마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드라이비트뿐만 아니라 건물에 많이 쓰이는 알루미늄 패널도 화재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2007년 5월 경남 창원시 중앙동의 한 영화관 3층 냉각탑에서 발생한 불이 알루미늄 패널을 타고 10여분 만에 12층으로 번졌다. 2008년 6월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 1층에서 발생한 불이 알루미늄 패널을 타고 18층까지 확산했다. 이 같은 화재는 모두 유사한 사례이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30층 이하의 건물에 대해서는 외장재로 불에 잘 타지 않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진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과)는 “건물 내장재에 대해서는 불연재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건물 외부에서 불이 붙어 안으로 퍼지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외장재에 대한 규정은 없다”며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이후 초고층 건물인 30층 이상의 건물에 대해서만 반드시 외장재로 불연재를 사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신현준 화재안전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부산 골든스위트 등의 화재를 겪으면서 드라이비트로 지어진 건물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도 또다시 드라이비트로 지은 건물에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모든 건물의 외장재를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로 쓰도록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