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이은 경기 불황, 갑(甲)질 논란, 각종 사건·사고 등으로 인해 한국 사회 특유의 정(情) 문화와 공동체 의식이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간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한 범국가적인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전체 84.3% "한국 사회 갈등양상 심각"
15일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갈등과 공동체의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4.3%가 한국사회의 갈등양상이 ‘심각하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사회의 심각한 갈등국면을 바라보는 시각은 성별, 연령별 차이 없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우리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그 중에서도 부의 양극화를 가장 심각한 분야라고 바라보고 있었다.
30대(70%)와 40대(68.2%)가 부의 재분배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그 다음으로 ▲각종 이해관계 문제(50.4%) ▲여야 정치적 갈등(46.7%) ▲이념 갈등(44.4%) ▲갑과 을의 관계(33.3%) ▲세대간 갈등(28.7%) 순으로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각종 이해관계의 발생을 심각한 분야로 보는 의견이 작년 조사보다 크게 증가, 다양한 사안에 따른 이해충돌이 상당히 많아진 것으로 보여진다.
◆ 경제적 양극화, 정치적 불안감 등이 갈등 더욱 증폭시켜
그렇다면 한국사회 갈등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바라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빈부차이 확대를 손꼽았다. 또한 사회지도층의 지나친 자기이익 추구(46.4%)와 정치적 불안 및 리더십 부재(45.1%)를 사회갈등의 원인으로 꼽는 의견도 많아, 올 한해 지속됐던 ‘정치의 실종’이 커다란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정치적 불안과 리더십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 의견은 작년 같은 조사보다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경제∙사회적 높은 불안감(31.3%) ▲고용불안 및 실업률 증가(24.3%) ▲소통 부족으로 인한 낮은 공감대(23.1%)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시스템(20%)도 한국사회의 갈등을 야기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우리사회의 이런 갈등양상을 의식하듯 대부분이 공동체의식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84.5%가 공동체의식이 필요하다고 동의했으며, 특히 고연령층일수록 공동체의식의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전체 76.7%가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우리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공동체 의식의 명분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특히 고연령층일수록 다 함께 힘을 합쳐야 국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인식이 큰 편이었다. 사람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도 대부분(74.8%)이 공감했으며, 내 행동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해가 된다면 기꺼이 고칠 것이라는 인식도 10명 중 7명(68.1%)이 가지고 있었다.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행동을 개선할 것이라는 태도는 40대(76%)와 50대(81.2%)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 가진다" 29.2%에 불과
공동체 의식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전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실제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은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우리나라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을 가진다는 응답이 29.2%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는 최근 3년에 걸쳐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그만큼 우리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더욱 옅어졌음을 보여준다.
또한 젊은 세대일수록 더불어 살아가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과 일체감을 느낀다거나, 친밀감을 느낀다는 생각이 매년 크게 줄어들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일수록 일체감과 친밀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그마저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이었다.
◆ 가장 영향력 있고, 현명한 세대는?
각 세대별 이미지 평가 결과, 많은 사람들이 40대를 한국사회의 중심축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세대를 묻는 질문에 10명 중 4명(39.5%)이 40대라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50대(34.3%)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했으며, 30대(13%)와 60대 이상(7.1%), 20대(6.1%)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평가를 받았다. 국가발전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는 세대로도 40대(41.5%)를 가장 많이 지목하였으며, 50대(23.3%)와 30대(23.2%)의 기여도가 높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세대, 가장 현명한 세대 역시 40대라는 시각이 가장 많았다. 일반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현안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세대 또한 40대라는 의견이 공통적이었다.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 정치에 대한 관심, 국가적 문제에 대한 관심 모두 다른 세대에 비해 40대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20대가 ‘감정적’이면서 ‘이기적’인 세대로, 40대는 ‘이성적’이고 ‘배려 많은’ 세대로 여겨지고 있었다. 가장 감정적인 세대와 이기적인 세대 모두 20대를 꼽는 의견이 각각 50.1%, 58.2%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가장 이성적인 세대는 40대(37.7%), 30대(32.1%), 50대(20.4%) 순서, 배려심 많은 세대는 40대(29.1%), 50대(28.6%), 60대 이상(22.2%), 30대(16.6%) 순서였다. 30대는 문화적 교양수준이 높고 똑똑하며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세대로 꼽혔다. 20대는 명품을 많이 좋아하는 세대라는 이미지가 뚜렷했다. 정치성향에 대해서는 가장 보수적인 세대는 60대(57.5%)와 50대(33.8%), 가장 진보적인 세대는 30대(45.6%), 20대(25.6%), 40대(20.1%)로 인식이 구분되고 있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