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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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家書(가서)

입력 : 2015-01-19 21:41:01
수정 : 2015-01-19 21: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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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저 강물 삼천리나 되는데/ 집에서 온 편지는 겨우 열다섯 줄/ 줄마다 줄마다 별다른 말 없고/ 고향으로 어서 돌아오란 말뿐(江水三千里 家書十五行 行行無別語 只道早還鄕).”

원나라 때 문인으로 관료를 지낸 원개(袁凱)의 시 ‘고향에서 온 편지(京師得家書)’다. 부모 곁을 멀리 떠나와 오래도록 타향살이하는 이의 짙은 향수가 배어 있다. 부모 형제의 마음도 애절하다. 오직 한 마디뿐이다. 벼슬이나 돈벌이 등 출세는 뒤로하고 ‘어서 고향으로 돌아오라!’

이처럼 가족 간에는 헤어지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물며 단장(斷腸)의 애닲은 사연들이 절절이 배어 있는 남북 이산가족 간 생이별은 그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비극(悲劇) 중 비극이다. 한때 이르기를 ‘1000만 이산가족’이라 했다. 당사자들의 사망 등으로 줄었다고는 해도, 살아 있는 이들의 비애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진하다. 자신의 가정을 충실히 챙겨 화목을 누리는 게 행복의 본질이거늘 이를 박탈당했으니 오죽하랴. 그들에게 혈육과의 만남은 삶의 의미와 직결된 절체절명의 사안이다. 만남도 때가 있는 법인데, 북측은 인도주의를 볼모로 흥정을 꾀하고 있으니….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이산가족 전원의 전면적인 생사 확인과 서신왕래, 수시 상봉행사 개최 등이 시급하다. 부모님이 살아 계신지, 돌아가셨으면 어디에 묻혀 있는지라도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 부모님을 그리는 효성 짙은 시 한 편을 보자. 병자호란 때 끝까지 척화를 주장하다 심양에 끌려가 참형을 당한 삼학사 중 윤집(尹集)의 시 ‘섣달그믐날(除夜)’이다.

“허술한 벽 사이로 남은 불빛이 스며들어 잠을 이룰 수 없는데(半壁殘燈照不眠)/ 텅빈 객사에 밤이 깊어가니 처량한 생각에 젖어드네(夜深虛館思悽然)/ 어머님 혼정신성 지금 편안하신지요(萱堂定省今安否)/ 늙으신 몸이 내일 아침이면 또 한 살 더 드시겠네(鶴髮明朝又一年).”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家書 : ‘고향에서 온 편지’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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