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본업인 정치를 시작한 지 올해로 67년째를 맞았다. 창업 역사로 따지면 경제계를 대표하는 삼성가나 현대가보다는 약간 짧다. 그러나 삼성과 현대, 여야의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다. 삼성·현대는 세계를 주름잡는 일류 기업으로 괄목 성장했다. 여당과 야당은 일류는커녕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사류·오류로 뒤처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서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는 핀잔을 들었던 게 꼭 20년 전이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정치는 나아진 게 없다. 한때는 국민들의 칭송을 받으며 눈부신 성장을 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우물안 개구리’ 정도가 아니라 ‘데워지는 가마솥 안의 개구리’라는 소리를 듣는 신세다.
정치가 일패도지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은 독점 구조 때문이다. 여당과 야당이 아무리 죽을 쒀도 운이 좋으면 1등이고 못해도 2등은 된다. 군소정당은 아무리 용을 써도 기껏해야 존재감 없는 만년 3등이고 대다수는 간판을 내렸다가 다시 걸기를 반복한다. 이런 식으로 1, 2등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정치판에 변화와 개혁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지지율이 바닥을 쳤다고 언론은 호들갑이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열성 ‘사생팬’들이 선거 때마다 열심히 꾹꾹 눌러 찍어주니 찬바람 쌩쌩부는 거리로 나앉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마르고 닳도록 누려온 특권들을 신주단지 모시듯 끌어안고 있기만 하면 된다. 가끔씩 쏟아지는 손가락질이 민망하거들랑 ‘혁신’ 딱지를 이마에 보란 듯이 붙여놓고 ‘특권 내려놓기’ 시늉도 한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
본지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소속된 조직에서 문제점이나 개선 사항을 말하지 않고 넘어간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88%나 됐다. 말을 해봐야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다수였다. 그런 침묵이 정치를 형편없게 만들었다. 정치권만 탓할 계제가 아니다. 시민성의 회복이 절실하다. 내 의견을 당당히 밝히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 참여해야 정치를 바꿀 수 있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