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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화나게 하는 연말정산… 근본 외면한 변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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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어제 “공제항목 및 공제수준을 조정하는 등 자녀수, 노후대비를 감안한 근로소득세 세제 개편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연말정산 시기를 맞아 ‘13월의 세금폭탄’에 대한 원성이 들끓자 진화 차원에서 한 말이다. 그렇다고 ‘13월의 보너스’는커녕 유탄을 맞은 월급쟁이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다. 세금 무서운 줄 모르는 정부의 무감각에 거듭 혀를 차게 된다.

최 부총리는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민심의 역풍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면 세정(稅政)만 아니라 국정 전반에 걸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마음만 다급했을 뿐, 발언 내용은 전혀 다급하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올 3월까지 연말정산이 완료되면 이를 토대로 소득 계층별 세부담 규모를 면밀히 분석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중 간이세액표 개정을 통해 개인별 특성이 보다 정교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추가 납부세액이 발생하는 경우 분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도 했다. 올해 연말정산에 적용할 수습 대책은 ‘분납’ 정도다. 한가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왜 기자회견을 했는지조차 의아스러울 정도다. 외려 국민 분노를 부채질한 감마저 없지 않다. 지금 연말정산 내용을 모두 뜯어고치기도 힘들 터다.

정부는 왜 국민이 화를 내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경제불황에도 일방적으로 정한 팽창 예산에 맞춰 세금을 무자비하게 뽑아낸 탓이다. 그것도 ‘유리알 지갑’에 비유되는 월급쟁이를 대상으로 삼아 손쉽게 세금을 더 거두고자 했다. 그들은 대부분 ‘무너져가는 중산층’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식의 조세정책은 저항을 부르게 마련이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대원칙을 무시하는 행태도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민은 세정의 기초를 무시하고 국민 지갑과 호주머니에 무리하게 손을 대는 ‘약탈적 발상’에 분노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덜 내고 덜 돌려받는’ 새 제도에 낯선 탓에 납세자가 불만을 터뜨린다는 식의 왜곡된 인식으로 일관해서야 화만 키울 뿐이다. 누가 이런 말을 하는가. 기재부 세제실장은 “평소에 많이 내더라도 연말정산에서 돌려받는 게 좋다는 정서가 많으면 그런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세금 덤터기를 쓴 월급쟁이의 불만을 되레 힐난하는 투다.

정부는 연말정산 혼란과 불만에 대해 여러 기술적 이유를 거론한다. 핵심을 가리는 엉터리 설명이다. 혼란과 불만을 부른 진정한 원인은 ‘증세 드라이브’에 있다. 그것을 모를 사람은 없다. 또 다른 원인은 세정당국의 엉터리 세수추계와 국회의 불성실한 심의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 앞에 백번 사죄해야 한다. 국민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변명이나 수습책만 내놓아서야 조세정책에 대한 믿음에는 큰 금만 간다. 국민 가슴속 불만도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