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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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에 한 남자와 또 결혼…미국판 '세 부모' 화제

 

동성결혼 후 한 남자와 결혼한 두 여자. 그리고 이 남자의 아기를 한 달 간격으로 출산. 영화 속에나 나올 만큼 극단적인 이야기로 생각될 수 있겠지만, 이는 실제로 미국에서 발생한 일이다. 세 사람에게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10일(현지시각) 영국 미러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에 사는 멜린다 피닉스와 대니 피닉스는 2010년 결혼한 사이다. 한 사람이 남자고, 다른 한 사람이 여자라고 생각되겠지만, 두 사람 모두 여자다. 그리고 이들은 남편 조나단을 ‘공유’하고 있다.

이야기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음악 축제에서 만난 멜린다와 대니는 서로를 본 순간 사랑에 빠졌고, 이윽고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가 동성 결혼을 금지함에도 부모를 설득해 양가 상견례까지 마쳤다. 그리고 2010년 6월26일, 친지 그리고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식으로 부부가 됐다.

서로를 사랑해 결혼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멜린다는 남편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대니에게 자기 생각을 털어놨고, 멜린다의 이야기를 들은 대니는 잠시 실망했으나 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남편을 갖고 싶다는 멜린다와 대니의 꿈은 결혼식을 올린 지 2년이 되던 해인 2012년에 이뤄졌다. 이들은 건설회사 오너인 조나단을 만나 사랑에 빠졌으며, 그에게 남편이 되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조나단은 “두 사람이 결혼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내게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다”며 “어느날 멜린다와 대니가 내게 보낸 편지를 읽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내 마음에 중대한 결심이 섰다”고 말했다.

세 사람이 일주일에 걸쳐 함께 떠났던 여행은 이들이 남은 인생을 함께하기로 결정하는 데 가장 큰 계기가 됐다. 이후 조나단은 부모를 설득해 멜린다, 대니와 결혼식을 올렸으며, 멜린다와 대니는 조나단의 아기를 성공적으로 임신했다.


멜린다는 작년 9월, 아들 올리버를 낳았다. 대니도 한 달 후 딸 엘라 린을 출산했다. 세 사람이 전부였던 집은 순식간에 다섯 식구로 가득 찼다.

주변에서 멜린다와 대니의 자녀가 혹시라도 놀림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멜린다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나중에 자녀들이 놀림감이 되면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고 묻는다”며 “우리는 아이들이 충분히 컸을 때, 사실대로 모든 것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맙게도 우리는 우리 가족을 소수로 여기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며 “두 엄마와 한 아빠는 아이들이 사랑으로 가득찬 집에서 자라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웃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