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행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에서 1.75%로 내렸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의 인하 결정이다. 금리 수준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보다 0.25%포인트 낮다. 물가안정을 최대 목표로 했던 한은이 저금리를 통한 경기부양을 전면화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한은이 미증유의 금리 실험에 나선 것은 우리 경제가 그만큼 위태롭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두 차례 금리 인하와 경기부양책에도 경기는 침체의 늪을 벗어날 기미가 없다. 1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줄었고 광공업 생산의 감소 폭은 세계금융위기 이후 가장 컸다. 수출마저 지난달 3.4% 급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석 달 연속 0%대로 주저앉아 디플레이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를 내린 조치에는 시중 자금 공급을 늘리고, 가계·기업의 이자 경감을 통해 경기의 불씨를 지피겠다는 의지가 실려 있다. 전 세계 주요 국가가 금리를 내리고, 돈을 살포하며 통화전쟁을 하는 마당에 우리나라만 거꾸로 갈 경우 자칫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도 배경을 이룬다. 지난해 10월 이후 유럽연합(EU), 일본, 중국을 포함한 세계 33개국이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를 통해 통화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금리 카드가 만능일 수 없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초저금리 정책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가계부채다. 작년 말 1089조에 이른 가계부채는 올 들어 크게 불어났다. 이번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뇌관을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세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슈퍼 달러’에 따른 환율 상승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나흘간 달러당 27원이나 올랐다. 아시아권 상승률이 가장 높다. 외환시장이 그만큼 불안해질 수 있다는 증표다. 금리 인하가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반의 채비를 갖춰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금리 인하 화살이 경제회생 과녁에 정확히 꽂히게 하는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경기 진작을 위해 확장적 예산을 편성하고 공공기관 자금까지 동원했다. 한은의 어제 조치로 재정·통화 정책의 두 개 화살이 과녁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남은 화살은 구조개혁이다. 구조개혁은 꽉 막힌 우리 경제의 혈관을 뚫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돈맥경화’를 유발하는 구조적인 고질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모든 경제 활성화 조치는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구조개혁의 핵심은 노동개혁이다. 노동경직성과 강성 노조는 생산성 악화와 임금 양극화의 주범이 된 지 오래다. 정상적인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개혁도 한시가 급하다. 노동·규제 개혁 없이는 투자와 고용은 살아나기 힘들다. 개혁의 고삐도 바짝 죄야 한다.
경제 회생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올해가 경제 재도약의 골든타임이라고 외친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전례 없는 저금리 정책에도 경기를 살리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진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국민 모두가 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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