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역시 대국이었다. 엊그제 런던 의회광장에서 마하트마 간디 동상 제막식을 가졌다. 영국의 심장부인 국회의사당 앞에 자국의 식민 지배에 저항한 인도 독립투사의 기념물을 세운 것이다. 제막식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고위 정치인이 참석해 ‘인도 독립의 아버지’ 앞에 고개를 숙였다.
동상 건립은 식민 지배에 대한 영국식 역사 반성이다. AFP통신은 “과거를 기억하려는 영국 나름의 방식이자 사과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평했다. 캐머런 총리는 축사에서 “동상은 세계 정치사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 가운데 한 명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했고, 아룬 제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양국의 끈끈한 유대를 축하하는 역사적 기념물”이라고 화답했다.
같은 섬나라 일본을 돌아보게 된다. 반성은커녕 뻔한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하는 후안무치를 서슴지 않는다. 과거의 치부를 가리고 침략을 미화한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버젓이 가르친다.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의 폐기 수순까지 밟는 중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에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글을 새긴 말뚝을 박는다. 이런 망동이 없다.
일본은 많은 식민지를 거느린 영국이 과거 피해국들과 어떻게 화해를 했는지 알고 있는가. 그것은 잘못된 역사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포용이 기저에 깔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엊그제 제막식을 지배한 정신도 바로 이런 것이다. 간디 동상이 들어선 의회광장에는 인도 독립을 막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동상이 함께 서 있다. 처칠은 간디를 가리켜 “수도자인 척 행세하는 선동꾼”이라며 “굶어 죽었으면 좋겠다”고 저주했다. 생전에 치열하게 맞선 두 사람의 동상 거리는 불과 몇 십m밖에 되지 않는다. 간디의 친손자 고팔크리슈나 간디와 처칠의 후예 캐머런 총리는 그곳에서 역사적인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일본은 아직도 한국의 영웅 안중근 장군을 향해 테러리스트라는 망언을 일삼는다. 그런 마음 자세로는 한·일 관계는 백년하청이다. 한·일의 진정한 화해는 우리의 영웅인 안 장군과 일본의 영웅인 이토 히로부미 동상을 일본 의회 앞마당에 나란히 세울 때 완성될 수 있다. 일본에게 과연 그런 반성과 포용이 있는가. 일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꿈꾼다. 소국의 언행으로 어찌 대국의 길을 걷고자 하는가. 먼저 대국의 풍모부터 갖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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