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미국 광고 회사 ‘위든플러스케네디’ 공동 창업자인 댄 위든은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한 디자인 콘퍼런스에서 1977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미국인 게리 길모어(사진)의 마지막 말에 영감을 얻어 ‘저스트 두 잇’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위든은 지난 14일 영국 디자인 전문 잡지 디진에 “1988년 제작한 나이키 TV 광고 5개가 각각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이 광고들을 묶을 수 있는 한 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어 네다섯 개 중 ‘저스트 두 잇’으로 결정했다”며 “이는 우습지만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출신 남성이 생각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포틀랜드 출신 남성이 바로 길모어다. 포틀랜드는 나이키와 위든플러스케네디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위든은 “실패 가능성이 높지만 마지막으로 도전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지를 생각했다”며 “‘렛츠 두 잇(Let’s do it·그렇게 하자)’은 마음에 들지 않아 ‘저스트 두 잇’으로 바꿨다”고 했다. ‘렛츠 두 잇’은 길모어가 사형 직전 한 말로, 자신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란 뜻이다.
길모어는 미국에서 사형제를 부활시킨 살인자로 악명 높다. 1976년 무고한 시민 2명을 이유 없이 살해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10년간 집행이 되지 않아 사형 선고는 곧 종신형을 의미했다. 하지만 길모어는 법정에서 총살형을 원한다고 밝혔다. 1995년 그의 동생 마이클 길모어가 아버지의 학대로 불행했던 가족사를 다룬 책의 제목이 ‘내 심장을 향해 쏴라’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이키 측은 처음에는 ‘저스트 두 잇’ 슬로건을 마뜩잖아 했다고 한다. 하지만 1988년 TV 광고에 등장한 ‘저스트 두 잇’은 나이키의 역사를 바꿨다. 스포츠의 열정과 투지를 상징하는 말로 통용돼 나이키의 전 세계적인 대중화에 기여했다. 나이키가 여전히 ‘저스트 두 잇’을 슬로건으로 쓰는 이유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