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직장인들에게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이 쉽게 찾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고 더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더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서는, 개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기계발 활동이 요구되는데요. 특히 한국사회를 관통한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운 직장인을 찾아보기도 힘들어진 세상입니다. 실질소득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데다, 평생 직장은커녕 예전 같으면 한창 일할 나이에 취업시장에서 쫓겨날 만큼 고용시장은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계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무언가를 배우려는 직장인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가까워지는 자기계발 활동에 대해 직장인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봤습니다.
#.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모(51)씨는 오늘도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 하지 못한다. 어제는 야근이라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했고 전날은 회식이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저녁식탁에서 마주한 지 오래됐다. 김씨는 “그나마 주말에라도 함께 저녁을 먹으려고 하면 아이들은 학원이나 친구 핑계를 댄다”고 토로했다.
직장 내 생존을 위한 자기계발 활동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실제 이를 실천에 옮기는 직장인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자기계발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자기계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만큼 이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대비 소폭 상승한 결과이며, 성별과 연령대에 관계 없이 자기계발에 대한 높은 관심은 모두 비슷했다. 직급별로는 과장과 이사·임원이, 사원이나 대리보다 자기계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자기계발에 대한 인식 평가 결과에서도 전체 83.6%는 자기계발 활동이 본인을 ‘더 좋은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라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계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대체로 연령대와 직급이 높을수록 공감하는 직장인이 많았다. 심지어 10명 중 6명은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경쟁력이 없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다만, 자기계발의 목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다소 이견이 있었다. 우선 자기계발 활동이 자신의 내적인 성장보다 외부에서 보기 좋은 스펙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인은 28.1%로 적은 수준이었다. 상대적으로 3040대가 자기계발을 스펙을 위한 것이라고 좀 더 많이 받아들였지만, 일반적으로는 자기계발이 스펙보다는 개인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활동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사람들이 내면을 성장시키는 자기계발을 선호한다는 시각에 공감하는 직장인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3.8%였다.
다시 말해 자기계발의 목적에 대한 개인의 생각과 달리 현실에서는 많은 직장인들이 스펙 쌓기나 이직·승진 등 분명한 목적을 위해 자기계발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세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자기계발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시각에 동의하는 직장인과 동의하지 않는 직장인은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과 의향에 비해 실천을 하고 있는 직장인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다. 현재 자기계발 활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은 2명 중 1명꼴로, 지난해보다 자기계발을 하고 있는 직장인은 되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젊은 직장인들이 자기계발 활동을 비교적 많이 하는 편이었다.
자기계발 활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은 주로 유익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쁨이 크며, 하루하루 발전해 간다는 뿌듯함이 있어 이 같은 활동을 한다는 응답을 많이 했다. 유익함이나 보람과 같이 어떤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이 자기계발 활동의 가장 큰 동기(motive)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자기계발 활동은 외국어 공부로, 특히 20대 직장인들이 외국어를 많이 배우고 있었다. 직무 관련 업무지식 배양과 다양한 방면의 독서, 재테크 공부 등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도 많았다. 이밖에 운동과 외모 관리, 헬스 등 건강·뷰티 분야를 자기계발 활동으로 인식하는 직장인도 적지 않았다.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시간은 보통 하루 2~3시간 또는 1~2시간이었으며, 자기계발 투자비용으로는 한 달 기준 ▲5만~10만원 ▲10만~20만원 ▲5만원 미만 등 주로 20만원 미만의 금액이 사용되고 있었다.
미래 전망에 대한 평가에서는 직장인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얼마나 큰 지 잘 묻어나고 있었다. 직장인 70%가량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조사와 비교했을 때, 더 많은 직장인들이 우리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젊은 직장인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한국사회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직급별로도 비교적 젊은 사원이나 주임·대리급 직원들의 비관적인 전망이 뚜렷했다.
이와 함께 직장인 2명 중 1명은 ‘나의 10년 이후’도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3040대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다른 연령보다 강한 모습이었다. 물론 10년 이후의 자신의 삶이 기대된다거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앞으로도 10년 동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자신감을 가진 직장인도 적지 않았지만, 상당수의 직장인은 본인 스스로가 바라보는 미래가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이렇게 사회 전반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보니, 직장인 71.4%는 향후 가장 확실한 투자 대상은 결국 ‘본인’이라고 바라봤다. 한편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월급과 수입이 적더라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며, 사회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직업을 갖기를 바라고 있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