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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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는 인신매매 희생자" 아베 '성노예' 본질 흐리기?

방미 앞두고 WP 인터뷰서 언급
여론 의식한 계산된 ‘꼼수’ 지적
상·하원 합동연설 내달 29일 확정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라고 표현했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인신매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달 29일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인류 최악의 인권유린 사건’이라고 평가받는 위안부 문제 본질을 흐리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 의회 합동연설에서 일본의 과거사문제는 아베 총리가 반드시 언급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된다.

아베 총리는 미국 방문(4월26일∼5월3일)을 앞두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 희생자’로 규정하고 “측량할 수 없는 고통과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겪은 이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아프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아베 내각은 1995년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2005년 고이즈미(小泉) 담화 등 전임 내각의 역사인식을 전체로서 계승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인들은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한다”며 “역사가 논쟁이 될 때 그것은 역사학자와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의 이날 표현이 국제사회가 ‘성노예’(Sex Slavery) 사건으로 규정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인신매매라는 것은 지나치게 광범위한 개념으로 매매의 주체와 객체, 목적이 무엇인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이 같은 표현은 위안부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미국 내 여론주도층을 상대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호도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은 26일 “아베 총리에게 4월29일 상·하원에서 합동연설을 해 달라고 초청했다”고 밝혔다. 일본 총리가 미 상·하원이 모두 소집된 가운데 연설에 나서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아베 총리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와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전 총리가 1957년과 1961년 미 의회 연단에 섰지만 모두 하원에서만 연설했다.

워싱턴·도쿄=박희준·김용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