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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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 2배 늘렸지만… 가계빚 뇌관 제거엔 역부족

나흘 만에 20조 추가 공급… 감축효과 얼마나
안심전환대출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4일 만에 당초 한도 20조원이 소진될 줄은 금융당국도 예상치 못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9일 “수요가 예상보다 컸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차 판매 한도 20조원도 모두 동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기만큼 효과도 클까. 금융위는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줄이는 효과가 꽤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임 위원장은 “40조원이 모두 전환되면 해마다 1조1000억원 정도 가계부채를 감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가계부채 규모와 증가 속도를 감안할 때 그 효과는 장담키 어렵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월 말 기준 은행권이 367조원이며 금리가 훨씬 높아 위험성이 더 큰 제2금융권과 주택금융공사 대출분을 합치면 540조원에 달한다. 소규모 자영업자를 포함한 광의의 가계부채(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지난해 말 1295조원을 웃돈다. 40조원이라야 전체 주담대의 7.4%, 전체 가계부채의 3%에 불과하다.

수혜 계층도 부채에 덜 취약한 상대적 고소득자 비중이 적잖다. 1차 판매의 수혜 계층을 보면 연소득 6000만원을 초과하는 차주가 30%를 차지했다. 또 주로 서민들이 고객인 제2금융권 대출은 배제된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박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폭발적 인기, 왜


2%대 중반의 낮은 금리의 효과가 컸다. 안심대출 금리는 현재 연 2.63∼2.65%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권의 잔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인 연 3.63%보다 1%포인트가량 낮은 것이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은 사람이 20년 만기 전액 분할상환 안심대출 상품을 선택할 때 내는 연간 이자는 520만∼530만원선이다. 연3.63% 금리를 적용받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보다 이자 부담이 200만원가량 줄어든다. 고정금리로 전환하면서도 변동금리보다 금리가 낮은 것도 ‘매력적’이다. 여기에다 올해 예상되는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낮은 고정금리로 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위험성 완화?

안심전환대출은 이자만 내는 대출을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집단적인 채무 불이행 등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미국 금리 인상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가계부채의 일부나마 저금리로 고정시켜 향후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는 1차로 판매된 안심전환대출 20조원으로 고정금리 대출과 비거치식분할상환대출 비중이 5%포인트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할 근본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임 위원장도 “안심전환대출만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잔액 규모에 비해 40조원은 7%대에 불과한 데다 안심전환대출의 수혜 계층엔 상대적 고소득층도 포함돼 있다. 1차 판매의 수혜층에 대해 금융위는 “1만건을 표본으로 분석한 결과 연소득(세전) 6000만원 이하 차주가 70% 수준이며 주택가격 6억원 초과 비중은 10%에 불과하다”며 “주로 중산층 이하 계층의 수요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소득 6000만원을 초과하는 상대적 고소득계층도 30%라는 얘기다. 금융위는 보다 촘촘한 소득 구간별 분포는 이날 밝히지 않았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